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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고무줄론과 경제 경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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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7 21:27:59 수정 : 2018-07-17 21: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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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시장·산업현장과 괴리/ 친노동정책, 고용쇼크 화근 돼/ 기업과 적극적 소통, 갈등 봉합/‘밀당’ 실용주의로 해법 찾아야 “기준금리 결정은 고무줄 당기기와 같다.”

노무현정부 시절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에 빗대 했던 말이다. 고무줄은 너무 세게 당기면 끊어지고 약하면 맥없이 끌려간다. 기준금리란 은행들의 하루짜리 초단기차입금 이자율로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목표치를 맞춘다. 이 금리는 3개월, 1, 3, 5, 10년 등 장단기 채권금리를 당겨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 목표치가 시장의 기대치와 경제 상황과 맞지 않으면 여타의 채권금리는 따로 놀게 되고 금리정책은 무력화된다. 반대로 시장의 힘에 끌려다니면 그 역시 한은의 존재감은 사라지게 된다. 금리정책 결정 때 시장과 경제 상황과 유리되지 않도록 고무줄의 탄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정책 결정 때 권력보다 시장으로부터 독립하기가 더 힘들다”고도 했다. 다른 경제정책도 별반 다르지 않을 성싶다. 

주춘렬 산업부장
오래전 그의 고무줄론을 떠올린 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왜 덜컹거리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1년여 동안 ‘소득주도성장’ 기조하에 시행된 친노동정책은 오히려 ‘고용 쇼크’의 화근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018년 16.4% 올린 데 이어 내년도 10.9% 인상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소득증대보다는 일자리 감소를 야기했고 소상공인과 편의점주의 불복종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노동의 가격이 시장과 산업현장과 유리된 채 책정된 탓이다. 그 후유증은 온전히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정부는 세금을 동원해 반발하는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공정경제’의 상징인 재벌정책도 다르지 않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재벌총수가 보유한 비주력·비상장 계열사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며 그 사례로 시스템통합(SI) ,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계열사를 적시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주식시장에서 관련기업의 주가가 폭락세를 빚었다.

공정위의 압박에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지배구조개편안을 추진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공정위가 즉각 개편안을 지지했지만 시장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계주주들이 반대에 나섰고 일부 국내주주들도 등을 돌렸다. 시장의 힘에 섣부르게 추진된 지배구조개편안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얼마 전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 물의를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된 것은 1∼3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고 쥐어짠 결과”라고 말했다. “(삼성이 순이익 중) 20조원만 풀면 200만명한테 1000만원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권력실세 사이에서 시도 때도 없이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이 튀어나오니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맡은 ‘혁신성장’이 설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탄력’을 잃은 정책은 경제에 충격을 주고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하는 법이다.

과거 1년여 동안 제 갈 길 잃은 정책과 이상한 발언은 차고 넘친다. 그 대가는 작금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당장 경제지표에는 위험을 알리는 경착륙 징후가 가득하다. 시장불안은 증폭되고 경제를 떠받치는 기업가 정신은 실종됐다. 갑과 을, 을과 병의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정부는 갈등 봉합을 위해 혈세를 동원하고 대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악순환이 빚어지기도 한다. 경제정책흐름이 이 추세로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일자리 창출과 규제개혁을 위해 기업과 소통하고 현장을 적극 찾아가라고 당부했다. 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창출과 투자를 요청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장경제가 작동하지 않고 기업을 통하지 않고서는 일자리와 성장, 양극화 해소 등 어떠한 정책목표도 신기루일 따름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팀은 그동안 경제정책의 공과 과를 냉정히 성찰하고 대오각성하길 바란다. ‘밀당’의 실용주의 지혜로 경제현안을 풀어나가길 고대한다. 지금 한국경제호는 대내외에서 쏟아지는 악재에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게 현실 아닌가.

주춘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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