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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된 통도사, 1400년 역사를 만나다

입력 : 2018-07-17 21:01:26 수정 : 2018-07-17 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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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중앙박물관 ‘불보종찰, 통도사…’ 전시회 “사람들이 우러러 예배하기 위하여 들어올 때면, 계단석종 위에서 오색 광명이 크게 천지를 비쳐 환히 산과 골짜기를 밝힌다.”

불가에서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가진 영험은 이처럼 대단한 것이다. 진신사리란 곧 부처와 동일체이니 가장 진지하고 경건한 숭배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적멸보궁’(寂滅寶宮)은 진신사리를 모신 곳에만 허용되는 특별한 호칭이다.

646년, 신라 선덕여왕의 재위 15년이 되던 그해,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가져와 모신 이래 통도사는 1000년 넘게 적멸보궁이었다. 불교 최고의 보물을 모신 만큼 통도사의 위상은 막대했고, 계율의 근본도량이 되어 수많은 고승이 거쳐 갔다. 불교중앙박물관이 ‘불보종찰, 통도사를 담아내다’ 전시회를 열어 통도사의 이런 면모를 전한다. 얼마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 중에 통도사가 들어 있어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당나라에 유학 중 선덕여왕의 요청으로 귀국한 자장율사는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셔와 통도사를 창건했다.
◆‘적멸보궁’, 진신사리의 영험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고 큰 불단만을 조성했다. 진신사리가 봉안된 금강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금강계단은 돌난간을 두르고, 네모난 이중 기단 위에 대좌를 마련한 다음 석종형의 사리탑을 올렸다. 창건의 단초가 금강계단인 만큼 가람 배치 역시 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승려가 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수계의식(행동 규범을 불자답게 하겠다는 약속으로 불가에 귀의하는 첫 관문)이 이루어진다.

절의 역사를 밝힌 ‘통도사지’(通度寺誌)에는 진신사리의 영험을 8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예배할 때,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며, 비 내리던 하늘이 홀연히 개기도 하여 그 길흉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고, “모든 날짐승이 금강계단 위 가운데로는 날아가지 아니하고, 시끄럽게 하지 아니하고, 그 위에 똥오줌을 누지 않는다”고도 하여 진신사리에 기댄 불자들의 신심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부처와 같이 여겼던 진신사리는 수많은 사람을 불러모았고, 고려시대로 이어지며 전각이 추가로 만들어져 지금의 기틀이 완성됐다. 조선시대에 들어 숭유억불의 정책에다 임진왜란까지 겪으면서 크게 훼손되기도 했으나 여러 번 중창을 거치며 위상을 유지했다. 

경남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에는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 ‘적멸보궁’으로 불린다. 불자들은 부처와 동일체인 진신사리가 뛰어난 영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나라 안의 승려들이 모여들었던 사찰

“…나라 안 사람으로서 계를 받고 불법을 받는 이가 열 집에 여덟, 아홉은 되었다. 머리를 깎고 도를 구하는 이가 세월이 갈수록 더욱 많아지니 이에 통도사를 창건하여 계단을 쌓고 사방에서 오는 사람들을 제도하였다.”

통도사의 시작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주는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수많은 이들이 거쳐 간 곳인 만큼 이름난 고승들의 자취가 통도사에는 선명하다.

창건주인 자장율사는 636년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7년간 수행을 했다. 신라로 귀국한 것은 선덕여왕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대국통’(大國統)에 임명되어 승려들의 규범을 주관했다. 호국불교의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황룡사 구층목탑은 그의 건의로 세워졌다고 한다. 고려를 찾은 인도의 승려 지공은 통도사를 참배해 금강계단의 전통성과 상징성이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운대사는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대웅전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했다.

전시품 중 ‘불자’(拂子)는 이런 고승들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법상에 앉아 법문을 할 때 쓰는 의식용 도구인데 조사(祖師)들의 영정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라니집경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은 왼손에, 보현보살은 오른손에 불자를 잡는 것으로 그려지는 게 원칙이다. 승려들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인 ‘석장’(錫杖)도 눈길을 끈다. 윗부분에 끼운 고리가 몇 개인지에 따라 사환장, 육환장, 십이환장 등으로 불린다. 통도사의 것은 윗부분을 사람의 눈으로 형상화해 마치 위에서 아래의 모든 사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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