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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모유 수유 권장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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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6 23:28:19 수정 : 2018-07-16 17: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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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자유무역항이란 명성이 무색하게도 분유에 관한 무역장벽을 두고 있다. 타깃은 중국인이다. 1.8㎏ 이상의 분유를 반출하면 엄중 처벌한다. 2008년 발생한 멜라민 파동에 놀란 중국인들이 홍콩 분유까지 싹쓸이한 것이 차별적 규제를 불렀다.

분유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선한 얼굴이다. 엄마 젖이 부족한 가정에 분유는 필수불가결하다. 홍콩·중국 사례가 말해준다. 다른 하나는 험상궂다. 대개 악덕 상혼과 결부되는 얼굴이다. 영국 빈민구호 단체 ‘워 온 원트(War on Want)’는 1974년 글로벌 기업 네슬레를 겨냥해 ‘유아 살인마’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아프리카에서 분유를 판매하는 방식을 성토한 것이다. ‘험상궂은 얼굴’의 대표적 사례다.

네슬레는 모유 수유는 구시대적이라 광고했다. 그것도 대대적으로. 분유 영업사원들에게 의사·간호사 복장을 입히기도 했다. 한때 무료로 제공된 분유를 먹이던 아프리카 엄마들은 나중엔 어쩔 수 없이 분유를 먹여야 했다. 엄마 젖이 나오지 않아서다. 결과는 참혹하다. 엄마들이 오염된 물에 분유를 타 먹이는 바람에 전염병이 돌았고 영양실조에 걸린 사례도 허다했다. 당시 아프리카에선 에이즈보다 설사병으로 죽은 영아가 여섯 배나 더 많았다고 한다. 네슬레는 국제적 불매 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대가를 단단히 치른 것이다.

아기에게 좋은 것은 단연 엄마 젖이다.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꾸준히 모유 수유를 권고하고 있다. WHO는 지난 5월 연례 총회에서도 모유 수유 권장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에서 때아닌 논쟁이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WHO의 5월 결의안 채택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분유·이유식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로를 한 NYT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면서도 “많은 여성이 영양실조와 가난 때문에 모유 대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유가 필요한 가정이 많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WHO 결의안 채택을 방해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닐 것이다. 할 말과 차마 못 할 말을 구분하는 것, 이것이 트럼프에겐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를 일이다.

이승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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