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홍칼럼] 국회 나잇값은 언제쯤이나

관련이슈 김기홍 칼럼

입력 : 2018-07-16 23:28:21 수정 : 2018-07-16 17:32: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70년간 사람 스무번 뽑았어도 / 국회의사당 ‘한통속 정치’ 그대로 / 고비용 저효율 구조 바꾸려면 / 낡은 정치 시스템 큰 폭 수술해야 엄마 배 속의 태아가 자라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은 심장이다.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긴 기관은 국회였다. 1948년 5월10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로 제헌국회가 출범했다. 국회는 그해 7월12일 총 103조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을 통과시켰고, 7월17일 헌법 공포식을 가졌다. 이승만 국회의장은 “3000만 국민을 대표한 대한민국 국회에서 헌법을 제정하여…이 헌법이 우리 국민의 완전한 국법임을 세계에 선포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헌법에 따라 대통령, 부통령, 대법원장을 뽑으며 대한민국의 틀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헌법이 오늘로 70년 고희를 맞았다. 모두 9차례의 손질을 거쳤으되 변함없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을 통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 결의는 지난 70년 이래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확보하는 영원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맨 앞에 서야 하는 것은 누구인가. 국민의 대표로서 민의를 받들어 헌법을 만들고 나라의 기초를 닦은 대한민국의 심장인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김기홍 논설위원

국회의사당 지붕에도 어느새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70년 헌정사의 영광과 오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말이 있지만 인심은 ‘공’보다 ‘과’를 크게 본다. 국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할 때보다 따가울 때가 더 많았다. 대한민국이 폐허 위에서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고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에 기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와 국민을 팔면서 민주주의와 정치를 뒷걸음질 치게 한 허물도 많다. 국민의 표를 먹고 살면서 100의 크기로 만들 수 있었던 대한민국을 50의 크기로밖에 키우지 못한 잘못이 크다. 공자는 나이 칠십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마음먹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의 경지에 이르렀다. 국회는 그 나이 먹도록 따로 마음먹은 것이 없는데도 법도 어기기를 밥 먹듯 한다.

6·13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된 ‘초선’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 첫 인사말에서 “국회의 긴 공전에 국민들은 몹시 가슴 아파했음에도 아무도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는 분위기에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밀고 당기면서 긴 세월을 다투던 국회가 정작 (국회의장) 선거하는 형태는 마치 종교 제례의식처럼 하는 이 생경함 때문에 낯설다”고 했다. 국회의원들만 모르는 여의도 정치 1번지의 현실이다. 윤 의원에 앞서 국회의원 선서를 했던 수많은 선배들의 초심도 윤 의원의 초심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선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생경함’에 익숙해졌고 신악이 구악을 뺨치는 진화의 과정에 기꺼이 편승했다.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물을 아무리 갈아도 그릇이 같으면 허구한 날 그 모양이다. 지난 70년간 사람을 스무번이나 새로 뽑았어도 의사당 정치 꼬락서니는 한결같다.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여야 정당들이 내부수리 중이다. 문패만 바꾸려는 잔칫집이 있고, 집을 허물어 기초공사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초상집이 있다. 공사의 규모만 다를 뿐 당장의 목적은 2020년 21대 총선에 있다. 같은 터에 비슷한 공법으로 모양을 바꿔 짓는 한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를 부르짖은들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에서 펼쳐지는 고비용 저효율의 무기력한 정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들만의 ‘한통속 정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 시스템이, 국회 시스템이 낡았다. 국회가, 정당이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하고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헌법, 공정한 선거와 선거 부정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 정당의 민주적인 조직과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정치자금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자금법,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회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 수술마저 국회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김기홍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