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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맥도날드 평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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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6 23:25:55 수정 : 2018-07-16 17: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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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현장에서 맥도날드는 ‘취재 보물창고’다. 이 회사는 평창동계올림픽까지 40여년간 올림픽 공식 후원사여서 대회 기간 경기장 주변에 매장을 연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곳이 선수촌점이다. 각국 선수단은 이곳의 모든 메뉴를 공짜로 먹는다. 그 덕분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짜 햄버거’를 먹으려고 줄 서는 진풍경을 올림픽 때마다 볼 수 있다. 그 틈에 끼어 말을 걸면 평소 만나기 어려운 스타 인터뷰도 자연스레 성사된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북한 선수단의 맥도날드 이용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맥도날드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세계화 개방의 대표성을 띤 브랜드다. 이 점이 부담스러웠는지 북한 선수단은 대회 중반까지도 매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북한 선수단 입에서 처음 관련 내용이 튀어나왔다. 여자 수영 다이빙에 출전한 북한 김은향은 ‘맥도날드에 가봤느냐’는 질문에 “훈련 나가서 경기장에 있었고, (맥도날드에) 사람이 많아 가지 못하고 왔다 갔다 보기만 했습네다”라고 미소 띤 채 답했다. 폐막식 전날, 선수촌 가게 앞에서 김은향 등 북한 선수단을 만났다. 그들은 양손 가득 햄버거와 너깃, 음료, 셰이크 등을 들고 있었다. 함박웃음 지으며 흡족해하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지난 2월 이번에는 평창올림픽 선수촌 맥도날드에서 북한 선수단을 만났다. 달라진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북한 선수단의 이용도 한층 자유로웠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마지막 경기 후 이곳에서 조촐한 회식을 했다. 남측 선수인 랜디 희수 그리핀은 “아침 식당에 갔더니 북측 선수들이 맥도날드 앞에 줄 서 있었다. 함께 웃으며 맥플러리(아이스크림)를 먹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자본주의 상징과 관계없이 맛있는 음식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등 한반도 주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체육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남·북·미 경제협력이 필요한 때다. 때마침 맥도날드 평양진출설을 다루는 외신 보도가 눈에 들어온다. 사회주의 국가에 미국 기업 진출은 상징성이 크다. 1990년 맥도날드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처음 들어갔을 때 ‘빅맥’을 맛보려고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당시 화제였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골든아치 이론(맥도날드가 진출한 국가 사이엔 이해관계가 형성돼 전쟁 위험이 줄어드는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 남북통일농구 참가차 15년 만에 방북한 농구계 인사는 “거리에 사람이 많고 관중 복장도 자유로워진 데다 호텔 음식 메뉴의 질도 좋아졌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맥도날드가 실제 평양에 진출하면 달리는 차에 가속 페달을 밟는 효과가 나온다. 북한 선수 사례를 미뤄 짐작해보면 다른 북한 주민들도 충분히 그 맛에 매료될 것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전파된 초코파이는 북한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떠오른 바 있다. ‘맥도날드 평양점’, ‘초코파이 개성공장’처럼 국내외 기업이 북한에 진출해 주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문서로 된 조약·협정보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담보하는 데 실효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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