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번 무너진 강호의 이미지를 다시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타군단을 이끌고 야심차게 1986년의 재현을 노렸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벽을 뚫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기대했던 파괴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2년 후 나선 유로 2016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회 내내 스타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런 벨기에의 도전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지난 11일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패하며 우승도전이 아쉽게 멈췄지만 3~4위전에서 승리해 32년 전 ‘엔조 시포 세대’를 뛰어넘었다. 벨기에는 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에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벨기에 공격수 에덴 아자르(가운데)가 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쐐기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연합뉴스 |
이후 벨기에는 주로 중앙침투로 잉글랜드를 공략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루카쿠와 더브라위너 등이 수차례 위협적 슈팅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팅이 매번 골문을 외면해 추가득점에는 실패했다. 후반 25분에는 잉글랜드의 에릭 다이어(24·토트넘)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골키퍼까지 제치며 날린 슈팅을 수비수 토비 알더르베이럴트(29·토트넘)가 필사적으로 달려와 공을 걷어내기도 했다. 3~4위전에 어울리지 않는 투혼의 플레이가 계속되며 벨기에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전 세계로 전해졌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이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0-2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이며 낙담하고 있다. 케인은 이날 추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연합뉴스 |
한편 이날 관심을 모았던 득점 1위 해리 케인(25·토트넘·6골)과 득점 2위 로멜루 루카쿠(4골)는 모두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두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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