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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삼바 분식회계’ 불씨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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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5 21:05:32 수정 : 2018-07-15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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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일류기업이 회계 과실?/ 증선위 ‘삼바 심의’ 판단 유보 결정/“삼성 봐주기”로 보는 이들 많아/ 유보된 진실… 검찰은 밝혀낼까 ‘주진형’의 강남 사무실을 찾았다. 증권업계 돈키호테로 불리던 전 한화증권 사장이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판단 유보’결정을 내린 다음날이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의 재임 시절 한화증권은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다”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리포트를 냈다. 증권사 중 유일했다. 논란의 얼개에서 두 사건은 무관치 않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둘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라는 ‘빅 픽처’의 퍼즐조각인지 모른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진실이 유보됐는데.

“전문가 집단인 금감원도, 감리위도 그렇다는데 증선위가 굳이 다르게 판단한 이유가 뭔지, 그럴 능력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의 말대로 금감원은 회계사 수백명, 변호사 백수십명을 보유한 회계·법률 전문가 조직이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도 회계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판단은 이 전문가 집단이 1년 감리 끝에 내린 결론이다.
회계 디테일로 들어가자 주 전 사장은 회계 전문가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을 통해 3자 토론이 진행됐다.

①고의냐, 과실이냐.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 지분은 6%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49.9%(50% -1주)까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처음부터 갖고 있었다. 삼성바이오와의 계약이 그랬다.

삼성바이오는 이를 숨겼다. 그러다 2015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바꿨다. 평가액이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뀌면서 매년 수백억원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는 1조9000억원 흑자 회사로 깜짝 반전했다.

금감원은 이를 고의 분식회계로 봤다. 이전이라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한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않다면 관계회사로 봐야 한다. 그게 국제회계기준”이라고 말했다. 에피스를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과실 가능성?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이 회계에 대한 무지나 오해로 그럴 수도 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②무엇을 위한 ‘고의’인가

A씨는 “합병비율 공정성 논란이 심하다 보니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려 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합병 당시 써먹은 삼성바이오의 부풀려진 가치가 사후적으로 분식회계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론이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의 대주주였고,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대주주였을 뿐 삼성물산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제일모직 평가액이 올라가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비용이 적게 드는 구도다.

콜옵션을 숨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콜옵션은 지분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하는, 일종의 부채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병비율은 합병 당시의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하므로 콜옵션이 합병비율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는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결정 시 판단기준이 되는 기업가치 평가가 부채(콜옵션)가 빠지면서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③증선위는 왜 판단을 유보했나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게 이유였지만, “삼성 봐주기”로 보는 이들이 많다. A씨는 “주먹으로 맞을 건 놔두고 꿀밤 맞는 정도로 끝낸 것”이라며 “삼성의 힘만 재확인한 꼴”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로 마무리할 테니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 등 지배구조는 정리하고 가라는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타협했다는 얘기다.

뇌관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증선위는 콜옵션 미공시를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한, 고의 공시누락으로 판단했다. 고의의 목적이 뭔지,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불씨는 남았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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