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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칼럼] 북한 비핵화 운명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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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5 21:05:13 수정 : 2018-07-15 17: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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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변두리만 맴돌아/北 거친 용어는 좋지 않은 징후/시간 갈수록 제재 그물망 느슨/불안·불확실한 평화만 이어져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북핵 문제가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느낌이다.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도원(桃園)을 화가 안견에게 그리게 했다는 몽유도원도 그림만큼이나 초현실적인 ‘트럼프·김정은’의 악수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빈약한 합의문을 들고 회담이 환상적이었다고 자화자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낯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후속 고위급 회담을 위해 평양을 찾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지 못하고 ‘강도’라는 표현만 들었다. 협상이 비핵화의 본질에 근접하기는커녕 변두리만 맴돌고 있다.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위터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비핵화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함에 따라 싱가포르 합의는 점차 저잣거리의 술안주로 전략하고 있다. 향후 북한 비핵화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우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 위원장이 친서 공개에 놀라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진정성 있는 비핵화로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신중하게 추진한다. 2020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까지 최대 2년 동안 비핵화를 80% 이상 진행하는 시나리오다. 반대급부로 제재 완화와 함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북·미 수교에 이르는 행복한 여정이 동반된다. 총론적이고 모호한 합의였으나 착한 이행으로 25년간의 동북아 숙원과제 해결에 서광이 열린다.

다음은 ‘그럭저럭 버티기 시나리오’다. 북·미 양측의 싱가포르 합의문은 각론이 부재한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비핵화의 ABC는 핵무기 및 시설의 신고와 사찰과 검증이다. 하지만 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3대 요소가 실무회의에서 해결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구하는 격이다. 악마는 정상회담의 각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잠복해 있다. 합의문의 마지막 항목인 미군 유해 발굴 사업도 금전보상이 제시되지 않으면 제자리걸음이 될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유해 발굴 대가로 총 2800만달러를 챙겼다. 정상 간 총론적 합의는 필연적으로 실무자들이 해결하기엔 갈 길이 멀다. 트럼프 대통령도 벌써 장기전을 내세우며 여론몰이에 주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지부진 시나리오’ 로서 평양과 워싱턴의 동상이몽 드라마다. 앞으로 시간은 누구 편인가. 30년 독재자와 4년 중임의 지도자 간의 임기 차이는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심각한 장애물이다. 북한은 파키스탄 모델을 벤치마킹해 핵 보유를 토대로 한 ‘핵 있는 평화론’의 논리를 전파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샅바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시진핑 중국 주석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시도할 것이다. 모호한 합의의 종착역은 부진한 이행이다. 비핵화가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는 데 초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비난을 돌파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새로운 도박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차 회담보다는 관객이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흥행에는 크게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비핵화의 본질에 다가가기보다는 뉴스를 장악하는 돌출 깜짝쇼를 통해 스토리텔링 소재를 양산할 수 있음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검토하지 말자. 다시 북·미 양측 간에 말 폭탄이 횡행하고 한반도에 군사적 옵션 시나리오가 언론에 보도되는 장면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북한이 정상회담 이후에 ‘강도’라는 단어를 구사한 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판단할 때 좋지 않은 징후인 것은 분명하다. 초유의 정상회담 이후에 거친 비외교적인 용어가 튀어나온 것은 북한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문장을 통해 유감이 표현된다면 향후 비핵화 여정이 날카로운 가시밭길로 뒤덮여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1년 연장했으나 북·중 간 새로운 경협으로 제재는 향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상황은 관리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북한 압박의 그물망은 점점 이완될 것이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는 사라졌으나 ‘불완전한 비핵화’로 ‘불안한 평화’에 의한 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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