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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감옥’이라 불리는 외국인보호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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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6 06:00:00 수정 : 2018-07-15 16: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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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외국인보호소ⓐ] ‘난민 감옥’ 실태
지난 6월 제주 예멘인들이 일정과 취업 등 문의를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보호소에서 제 별명은 할아버지였어요.”

종교적 박해 이유로 나이지리아에서 온 난민 ‘추쿠’(가명)는 무려 4년 8개월간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할아버지란 별명을 얻었다. 난민 심사 절차가 길어지면서다.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이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갇히는데 그는 이곳의 환경이 교정 시설와 다름없다고 고백했다. 24시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쇠창살이 있는 수용실에서 정해진 복장을 입고 갇혀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독방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추쿠는 “보호소에서 가장 힘든 것은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라며 “내가 언제 나갈 수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정시설은 정해진 출소날짜가 있지만 외국인 보호소는 본국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무기한 보호조치가 이뤄진다.
지난해 2월 전남 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 10주기 추모식. 연합
◆외국인보호소는 이른바 ‘난민 감옥’

15일 인권단체와 법조계에 따르면 외국인보호소 내 외국인 구금 실태는 2007년 전남 여수 출입국사무소 화재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들은 이를 제대로 대피하지 못해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쇠창살 안 죄수처럼 지내던 외국인들의 실태가 세상에 알려졌고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 인권단체들은 보호소 내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경기 화성, 충북 청주에 있다. 여수 출입국 관리소는 외국인 보호소가 아니지만 관리소 내 보호실의 규모가 크다. 대부분 시설은 여전히 쇠창살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 갇힌 외국인들은 한정된 운동시간 말고는 야외로 나갈 수도 없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독방에 격리되기도 한다.

보호소 내에서 인터넷 이용을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보호 외국인이 본국에 있는 가족과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자원봉사하는 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20평 남짓 공간에 15~18명이 24시간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며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따른 스트레스, 환기, 채광, 등 보호소지만 건강한 사람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 내부. 연합
◆“외국인 보호? 범죄자 교정시설?” 개선 목소리 봇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법무부에 “구금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보호시설 내 수용된 장기 보호외국인의 인권이 증진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눴다.

인권위는 권고에서 “쇠창살로 둘러쳐진 외국인보호소 수용거실과 특별계호실을 인권친화적으로 개선하고, 보호외국인이 본국 가족 등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인터넷 이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소 내 독방격리보호 남용 방지 △보호외국인 운동시간 보장 △보호소 직원의 전문역량 강화 등을 권고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난민을 비롯해 체류기간을 넘어 국내에 체류했거나 체류자격 외의 활동을 하다 단속된 불법 체류자들을 강제퇴거 시키기 위해 ‘보호’하는 시설이다. 외국인 보호를 위해 여권을 잃어버렸거나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한 외국인도 즉시 송환되지 못할 시 이곳에 머물 수 있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상 불법 체류자들의 도주 우려에 따라 외국인을 일괄적으로 ‘구금’해 보호한다. 특히 난민은 법무부가 ‘보호일시해제’를 해주지 않을 시 이곳에서 무기한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심사는 통상 8개월 이상이 걸리고 재신청을 한다면 그 이상의 시간을 보호소에서 보내야한다.

외국인을 보호하는 시설이지만 사실상 범죄자들이 가는 교정시설과 다름없다는 지적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이후 매년 외국인 수용시설에 대한 방문조사를 진행하며 인권문제를 제기해왔다.

◆법무부 “인권위 권고 수용할 것”

법무부는 지난 4월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법무부는 올해 안에 외국인보호소 내 환자, 임산부, 노약자 등을 위한 쇠창살 없는 특별보호방을 만들고 외국인이 머무는 특별계호실의 환경개선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어 보호외국인용 인터넷 PC를 설치했고 운동시간 확대 등 인권 친화적인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수용소 내 쇠창살이 완전히 걷어지지 못했고, 의료인력 부족 등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외국인보호소에서 외국인을 무기한 구금할 수 있는 출입국관리법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무기한 구금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보호는 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아닌 객관적, 중립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인신구속의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보호의 개시나 연장단계에서도 중립적인 기관에 의한 통제절차가 없고 행정상 인신구속을 할 때도 청문의 기회가 없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 한다”고 위헌법률심판을 냈다.

하지만 지난 2월 헌법재판관 9인 중 5인이 위헌의견을 표시해 위헌결정이 내려지지 못했다. 위헌결정이 내려지기 위한 심판정족수는 9인 중 6인이다. 헌재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은 자진해서 출국함으로써 언제든지 보호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며 “강제퇴거대상자는 보호의 일시해제, 이의신청,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등 보호에서 해제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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