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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밥은 왜 의사를 포기하고 와인에 뛰어들었을까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7-14 11:00:00 수정 : 2018-07-14 10: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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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생 미셸 키운 ‘워싱턴 와인의 아버지’ 밥 베츠
미국 와인메이커 최초 마스터 오브 와인 획득
워싱턴 3대 컬트와인 베츠 패밀리 와이너리 세워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MW). 와인에 관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들을 말합니다. MW는 영국 런던에 있는 ‘인스티튜트 오브 마스터 오브 와인(Institute of Master of Wine·IMW)’에서 수여하는 자격증으로 시음 능력은 물론, 양조를 비롯한 와인 전반에 걸친 매우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취득까지 수년이 걸리는 가장 권위있는 와인 학위입니다. 1955년에 시작됐는데 7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28개 국가에 370명에 불과하답니다. 1년에 응시자는 5000여명으로 서류면접을 통해 100여명을 선정하지만 실제 MW를 통과하는 이는 1년에 3명 정도이니 MW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인지 보여줍니다. MW에 응시하려면 우선 국제와인전문가 과정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4인 디플로마나 그에 준하는 자격을 취득해야하는데 이마저도 보통 2년이 걸립니다.

워싱턴주 주요 와인 산지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아에 이은 미국 2대 와인산지로 오리건주와 함께 고급 와인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오리건 윌라맷밸리(Willamette Valley)와 워싱턴 콜롬비아밸리(Colombia Valley)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프랑스 보르도, 론 등과 함께 ‘와인 밸트’인 북위 45에 걸쳐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튀니지와 비슷한 위도입니다. 하지만 워싱턴은 더 남쪽에 있는 캘리포니아보다 하루에 3시간 가량이 일조량이 더 길어 좋은 포도가 생산됩니다. 낮에는 40도까지 올라갔다 밤에서 10도 밑으로 떨어져 거의 하루에 25도 이상 일교차를 보이는 까닭에 포도는 신선한 미네랄과 산도를 움켜 쥐게 됩니다. 산도는 장기 숙성에 꼭 필요한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더위는 포도의 산을 잡아먹는 답니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산을 잡아먹는 것을 멈추죠. 그래서 일교차가 포도재배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또 포도나무의 뿌리를 병들게 만드는 19세기 후반 필록세라가 전세계에 퍼졌을 당시 미국에서 3%의 포도밭만 살아남았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워싱턴이랍니다. 필록세라 창궐 이전 순수한 포도의 맛을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워싱턴이란 얘기죠.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신선한 산도와 질감있는 와인 생산되는 이유는 이같은 배경때문입니다.

밥 베츠(Bob Betz)
이처럼 뛰어난 자연조건 덕분에 지금은 나파밸리의 거대 와인 기업들이 앞다퉈 워싱턴에 포도밭을 살정도로 고급 와인 산지로 각광을 받지만1 980년대만해도 업계는 과연 이곳에서 제대로 된 와인을 만들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포도재배의 북방한계선(북위 50도)과 가까운 미국 북서부의 끝에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콜롬비아 밸리 등이 최고의 와인을 빚을 수 있는 뛰어난 조건을 갖췄음을 간파하고 와인메이킹에 뛰어든 이가 밥 베츠(Bob Betz)랍니다. 그는 1998년 미국 와인메이커로서는 최초로 MW에 오른 인물입니다.

밥 베츠는 워싱턴에 와이너리가 2곳밖에 없던 시절인 1984년 워싱턴에서 가장 오랜된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양조를 맡아 이 와이너리를 미국 대표 와이너리로 키웁니다. 그의 등장으로 워싱턴 와인산업이 부흥기를 맞았고 현재 와이너리는 1000여개로 늘었습니다. IMW는 MW를 수여할때 최고의 성적을 낸 응시생에게 두 가지 상을 주는데 양조분야는 로버트 몬다비 상, 포도밭 경작 분야는 빌라 마리아 상입니다. 베츠는 이 상을 모두 수상한 전세계에서 유일한 MW로도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그는 ‘워싱턴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며 워싱턴의 와이너리들이 베츠의 양조 방식을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베츠 패밀리 와이너리 대표 와인들
밥은 원래 의대 지망생이었습니다. 의대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프랑스에서 와인메이킹을 공부하던 여자친구 캐디(Cathy)와 와이너리 여행을 다니다 그만 와인에 푹 빠져 버립니다. 밥은 합격통지서를 받았지만 이를 포기하고 프랑스 부르고뉴, 알자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와이너리에서 트레이닝을 마치고 귀국해 샤토 생 미셸에서 와인메이커의 길을 걷게 됩니다.

밥 베츠가 1997년 샤토 생 미셸을 떠나 독자적으로 세운 와이너리가 워싱턴주 3대 컬트(Cult) 와인으로 유명한 베츠 패밀리 와이너리(Betz Family Winery)입니다. 1990년 중반부터 등장한 컬트 와인은 프랑스 그랑크뤼 1등급 샤토 와인에 버금가는 고품질 와인이지만 워낙 고가인데다 아주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메일링 리스트에 오른 회원들에게만 판매됩니다. 스트리밍 이글(Screaming Eagle),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콜긴(Colgin), 셰이퍼(Shafer), 시네쿼난(Sina Qua Non) 등이 대표적이죠. 

베츠 세일즈 디렉터 팀 스타인크(Tim Steinke)
최근 한국을 찾은 베츠 세일즈 디렉터 팀 스타인크(Tim Steinke)씨와 함께 워싱턴 와인의 역사를 둘러봤습니다. 베츠 와인은 비디더스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원래 소믈리에이던 스타인크씨는 와인메이킹을 공부하다 샤토 네프 뒤 파프 스타일의 베츠 베졸레일(Betz Besoleil)을 마셔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길로 밥 베츠를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베츠 밑에서 와인메이킹을 배우게 됩니다.

“밥은 와인을 만들기 전에 4차례에 걸쳐 세밀하게 배럴 테이스팅을 한 뒤 노트를 만듭니다. 6배럴을 만들던 초창기는 쉬운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340배럴을 만드는데 3~4명이 밥이 하는 방식으로 똑같이 테이스팅을 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품종별로 테이스팅을 하면 무려 3500개의 노트가 만들어 집니다. 하나의 하나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세심하게 테이스팅을 하는 거에요. 이 노트를 조합해 최적의 블렌딩을 선택하는 거죠. 어떤 배럴이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블라인드로 테이스팅을 하고 선택되지 않은 30% 정도 와인을 만들지 않는답니다. 때문에 매년 생산량이 달라집니다. 이런 장인정신이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랍니다”.

레드 마운틴 키오나 빈야드(Kiona Vinyard)
워싱턴의 와인산업의 특징은 와인만드는 사람과 포도밭을 소유한 사람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즉. 와인생산자들은 매년 포도밭을 빌려서 와인을 만들죠. 대신 포도를 원하는 스타일로 직접 키운답니다. 베츠는 현재 호스 해븐 힐스(Horse Heaven Hills), 레드 마운틴(Red Mountain), 야키마밸리(Yakima Valley), 왈라왈라(Walla Walla) 등의 뛰어난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사용합니다.

베츠 베졸레일(Betz Besoleil)
베츠 베졸레일(Betz Besoleil) 2013은 그르나슈 49%, 시라 20%, 쌩소 16%, 무르베드르 9%, 꾸누아즈 6%를 블렌딩한 프랑스 론 스타일 와인 입니다. 블랙 라즈베리, 후추, 허브, 꽃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45년 수령의 그르나슈로 만들며 프랑스 남부론의 샤토 네프 뒤 파프와 비슷한 자갈밭으로 이뤄져있는데 자갈은 낮에 태양의 온기를 잘 품어 우아한 꽃향과 미네랄이 풍부한 포도를 만들어 냅니다. 베졸레일은 ‘태양의 키스’라는 뜻으로 떼루아의 특징을 잘 담은 네이밍이네요. 산도가 좋아 2020년이 시음 최적기입니다.

페라 드 파밀리에(Pere de Famille)
페라 드 파밀리에(Pere de Famille)는 베츠의 상징입니다. 2012는 카베르네 소비뇽 베이스에 메를로 6%, 쁘띠 베르도 4%를 섞었는데 프랑스 보르도 좌안 스타일로 20년이상 장기숙성할 수 있는 파워풀한 와인입니다. 블랙 커런트, 잘게 부서진 자갈과 진흙냄새, 스모키, 흑연이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끌로 드 베츠 보르도 블렌드(Clos de Betz Bordeaux Blend)
끌로 드 베츠 보르도 블렌드(Clos de Betz Bordeaux Blend) 2012는 메를로 67%, 카베르네 소비뇽 27%, 쁘디 베르도 6%를 섞은 프랑스 보르도 우안 생떼밀리옹의 포므롤 스타일 와인입니다. 필록세라 이전의 오리지널 메를로로 만들며 살짝 솔티하면서 세이보리한 돌의 미네랄이 도드라집니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카씨스와 플럼, 검은 자두, 봄꽃, 야생 덤블향이 입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육감적인 풍만함이 느껴 집니다. 15년 이상 숙성되면 최적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합니다. 

베츠 뀌베 프랑젱(Betz Cuvee Frangin)
베츠 뀌베 프랑젱(Betz Cuvee Frangin) 2013은 카베르네 소비뇽, 쁘띠 베르도, 메를로, 시라를 섞었습니다. 붉은 자두, 자몽, 꽃향기의 아로마와 담배잎, 마른 허브, 스파이시한 검은베리 풍미가 일품입니다. 바로 오픈해서 마셔도 좋지만 10년정도 숙성하면 더욱 풍성한 향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프랑젱은 작은 형제라는 뜻이며 30% 미만의 최상급 뀌베로만 1년에 1만병 정도만 생산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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