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사진)씨는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사건 제5회 공판기일에서 담담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민씨는 이날 오후 피고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이른바 ‘상화원 사건’ 등 이전 재판에서 나온 증언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상화원 사건은 피해자 측 증인 구모씨가 3차 공판에서 민씨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구씨는 안 전 지사 부부가 지난해 8월 충남 보령군 죽도 상화원 리조트에 중국대사 부부를 초빙했을 때 김씨가 새벽에 부부의 방에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두 사람을 지켜봤다고 들었다고 했다.
민씨는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걸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공적업무수행을 내가 어찌할 수 없어 수개월간 불쾌함을 감췄다”고 증언했다. “상화원 사건 이후에도 남편을 의심해 본 적은 없다”고 말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민씨는 또 “지난해 7월 안 전 지사의 출근길에 따라나가다 김씨를 처음 봤다”며 “‘지사님’ 부르는데 첫 느낌에 오랜만에 애인을 만나는 여인의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또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수행할 때 여성지지자들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심하게 대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마누라 비서’로 불린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신문에 앞서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 측의 증언이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심각하다”며 “검찰 측 증인은 비공개로 신문했는데, 피고인 주장에 부합하는 일부 증언만 보도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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