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평가전 상대 ‘섭외력’에서 지탄을 받아온 만큼, 협회가 어느 때보다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선 FIFA 랭킹 23위인 코스타리카엔 레알 마드리드 수문장 케일러 나바스와 공격수 브라이언 루이스(스포르팅 리스본), 셀소 보르헤스(데포르티보 라코구나) 등이 버티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1무 2패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비 일변도의 전술에서도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며 세계정상급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6 코파아메리카 우승팀인 FIFA 랭킹 9위 칠레 역시 어느 팀이나 구미가 당기는 상대다.
신태용 감독(왼쪽)과 할릴호지치 감독. 뉴스1 자료사진 |
아쉬운 점은 협회가 “최종 감독 선임을 발표하기 전까지 일절 공식적인 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아둔 것. 고질병으로 지적된 특유의 ‘폐쇄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른바 ‘독이 든 성배’라 불릴 정도로 까다로운 한국 대표팀을 흔쾌히 수락할 A급 외국인 지도자가 많지 않다.
이는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알제리와 대비된다. 알제리축구협회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알제리를 16강에 올려놓은 할릴호지치 감독에 무한한 애정을 쏟았다. 비록 끈질긴 구애에도 할릴호지치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우리 팀에 반드시 필요한 지도자라면 자존심을 내려놓고서라도 붙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반면 한국은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간접적인 ‘러브콜’을 흘려 보낸데다, ‘포스트 신태용호’ 역시 일부 수뇌부가 좌우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이래서야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적임자를 데려올 수 있겠냐는 우려가 높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대회까지 4년,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선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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