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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강원도 설악산에 곤충조사를 갔을 때 일이다. 마침 조사경로가 대청봉 코스여서 천천히 등산하며 곤충을 찾아봤다. 그러나 사람들이 워낙 많이 찾는 코스라 등산하기에 좋을지는 몰라도 곤충을 찾기에는 매우 어려웠다. 특히 풍뎅이 종류를 조사했는데, 날씨가 안 좋은 탓인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비슷하게 생긴 곤충조차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길 가장자리에 떨어진 휴지 덩어리가 눈에 띄었다. 휴대한 긴 핀셋으로 휴지 더미를 뒤집어 조금 파보자 인분 밑에 숨어 있던 풍뎅이가 드디어 나타났다. 보라색 광택이 번쩍거리는 ‘보라금풍뎅이’였다. 보라금풍뎅이는 멋진 생김새와 달리 인분을 먹는 풍뎅이, 즉 ‘분충(糞蟲)’이다. 인분을 먹고 멋진 색깔을 만들어내는 금풍뎅이는 소위 똥벌레이긴 하지만 ‘금충(金蟲)’이라고도 부른다. 풍뎅이류를 한자로 ‘금귀자(金龜子)’라고 하는데, 딱딱한 거북이 같은 체형에 금속 광택이 나는 느낌을 살린 이름이다.

 

그런데 똥벌레가 금벌레로 불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멸종위기종 소똥구리 한 마리에 현상금 100만원이 걸렸다는 기사 때문이다. 소똥구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Ⅱ급 곤충으로,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지역 절멸한 것으로 여겨져 경북 영양에 개관하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복원 우선 대상종으로 선정했다. 소똥구리의 복원을 위해 몽골로부터 마리당 100만원에 해당하는 값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 기사화하면서 제목에 붙은 ‘현상금’이란 말 때문에 계속 공개수배 중인 곤충으로 회자되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문의 전화와 사진 자료를 받고 있다. 시골 마당이나 축사에서 봤다고도 하고, 비무장지대(DMZ) 근무 군인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진짜 소똥구리가 아니라 비슷한 습성을 가진 ‘보라금풍뎅이’, ‘애기뿔소똥구리’, ‘소똥풍뎅이’ 같은 다른 종류이다. 언젠가 한반도에서 진짜 소똥구리가 발견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태우·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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