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7시 56분쯤 “‘ㅂㅅ시 ㄱㅈ성당에 불 지른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게시글은 “천주교와 전면전을 선포한다”, “임신중절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 하나 불태우겠다”고 적혀 있으며,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채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계좌번호로 후원금을 보냈으니 확인해보라’거나 ‘우리 지역 성당까지 부탁한다’며 방화를 요청하는 댓글까지 달렸다.
성당 방화를 예고한 글에 등장한 휘발유 사진은 게시글 작성자가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한 블로거가 2016년 11월 등유 구매 후기를 남기면서 인터넷에 공개한 사진으로 확인되고 있다. |
지난 10일 한 워마드 회원은 성당에서 받은 성체에 예수를 모독하는 낙서를 하고 불로 태운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종교에 대한 공개적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을 맡고 있는 안봉환 신부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표현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바티칸 교황청에 보고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워마드 회원들은 안 신부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공식 입장에 대해 “낙태에 반대하는 천주교가 지탄받아야 한다”며 예수를 조롱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고 성당 테러를 지원하는 모금 운동에 나섰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도를 넘은 남성혐오 표현에 대한 우려는 지난 3월 한국여성철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김선희 초빙교수(철학과)는 발표문 ‘혐오담론에 대응하는 여성주의 전략의 재검토’에서 “미러링에 담긴 혐오 표현은 남성을 비난하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역차별을 부각해 근원적인 불평등 구조를 지워버리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전우용 한양대 연구교수는 “강자를 향한 약자의 혐오감은 정당할 수는 있지만 인류의 상식과 보편 윤리에서 벗어나는 혐오 표현은 어떤 궤변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부산=전상후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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