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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매주 성당 불태우겠다"…폭주하는 '혐오 미러링'

입력 : 2018-07-12 18:40:26 수정 : 2018-07-12 2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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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방화 암시 글 … 경찰, 수사 착수 / ‘낙태 반대’ 천주교 지탄한다며 / 예수 조롱 합성사진 등 잇따라 / 천주교측 “교황청에 보고 검토” / “상식 어긋난 표현 정당화 안돼”
천주교 ‘성체’를 훼손한 글로 논란을 빚은 온라인 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 ‘워마드’에 성당 방화를 암시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예수와 기독교 전체를 조롱하는 글이 잇따라 워마드 게시판에 게시되자 여성혐오에 반발하는 ‘미러링’으로 시작한 워마드의 남성혐오 표현을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7시 56분쯤 “‘ㅂㅅ시 ㄱㅈ성당에 불 지른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게시글은 “천주교와 전면전을 선포한다”, “임신중절 합법화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 하나 불태우겠다”고 적혀 있으며,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채우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계좌번호로 후원금을 보냈으니 확인해보라’거나 ‘우리 지역 성당까지 부탁한다’며 방화를 요청하는 댓글까지 달렸다.

성당 방화를 예고한 글에 등장한 휘발유 사진은 게시글 작성자가 직접 촬영한 게 아니라 한 블로거가 2016년 11월 등유 구매 후기를 남기면서 인터넷에 공개한 사진으로 확인되고 있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최초로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ㄱㅈ’이 이니셜인 성당 4곳에 대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으며 게시글 작성자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 워마드 회원은 성당에서 받은 성체에 예수를 모독하는 낙서를 하고 불로 태운 사진을 게시판에 올려 종교에 대한 공개적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홍보국장을 맡고 있는 안봉환 신부는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표현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며 “바티칸 교황청에 보고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워마드 회원들은 안 신부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공식 입장에 대해 “낙태에 반대하는 천주교가 지탄받아야 한다”며 예수를 조롱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고 성당 테러를 지원하는 모금 운동에 나섰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12월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분리된 워마드는 출범 당시부터 ‘여성운동 단체가 아니다’, ‘도덕은 버려라. 동성애·노인·장애인 등도 예외 없다’고 명시해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다. 워마드에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젠더 문제와 무관한 안중근 열사·샤이니 멤버 고(故) 종현·백남기 농민 등을 ‘한남충’이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5월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남성 모델의 하반신 노출 사진이 워마드에 올라오자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운영자의 구글 이메일 계정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수사에 나섰다.

도를 넘은 남성혐오 표현에 대한 우려는 지난 3월 한국여성철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김선희 초빙교수(철학과)는 발표문 ‘혐오담론에 대응하는 여성주의 전략의 재검토’에서 “미러링에 담긴 혐오 표현은 남성을 비난하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역차별을 부각해 근원적인 불평등 구조를 지워버리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전우용 한양대 연구교수는 “강자를 향한 약자의 혐오감은 정당할 수는 있지만 인류의 상식과 보편 윤리에서 벗어나는 혐오 표현은 어떤 궤변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부산=전상후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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