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체중 302g, 키 21.5cm로 태어난 사랑이가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기관지 내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 받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태어난 지 이틀째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
신생아팀에 따르면 사랑이는 엄마의 배 속에서 자란 지 6개월 만에 태어났다. 당시 체중은 302g으로, 국내에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생존한 초미숙아 중 가장 작은 사례는 380g이었다. 외국에서도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01명의 미숙아들이 등록돼 있다. 사랑이는 26번째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사랑이의 어머니 이인선씨와 아버지 이충구씨가 퇴원을 앞두고 사랑이를 안고 활짝 웃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
그럼에도 주치의 정의석 교수를 비롯한 신생아팀은 그동안 쌓아 온 미숙아 치료 경험과 노하우로 생존 확률이 1%도 채 되지 않는 사랑이의 생존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고, 사랑이 부모도 적극 따랐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다. 출산 후 처음 한 달간은 몸이 불편한 엄마를 대신해 아빠가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와 사랑이를 응원했다. 그 결과, 사랑이는 미숙아에게 흔한 괴사성 장염이 발병하지 않았다. 600g 정도까지 자랐을 무렵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이후에도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해내며 어느덧 3㎏으로 건강하게 성장해 12일 퇴원하게 됐다. 이병섭 신생아과 과장은 “최근 국내 출산율이 급감하고, 미숙아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미숙아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이 체중 302g으로 생존 한계를 극복한 사랑이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
한편 현재 국내에서 한 해에 태어나는 1.5㎏ 미만 극소저체중미숙아 수는 3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20여 년 전 약 1000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3년(2014~2016년) 동안에는 163명의 500g 미만 초미숙아가 출생했으며, 생존율은 28%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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