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의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수차례 워크아웃을 거치며 긴급자금을 수혈 받았으나 정상화는커녕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좀비기업’들이 적잖다. 경남기업이 대표적이다. 2009년 경영난으로 1차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2013년 3차 워크아웃까지 들어갔으나 결국 정상화에 실패하고 잠식상태에 빠진 후 상장폐지됐다. 경남기업은 결국 2015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지난해 가까스로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2013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의원 신분을 이용해 3차 워크아웃 당시 은행들이 특혜성 지원을 하도록 금융당국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채권은행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투입했던 자금들이 경영정상화가 아니라 부실을 악화시키는 데 쓰인 꼴이다.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이 ‘관치금융의 통로’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304개 기업의 구조조정 직전 채무를 포함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금액)은 대기업이 36조4913억원, 중소기업이 14조51억원으로 총 50조4964억원, 경영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지원된 금액(29조1631억원)까지 합하면 총 79조6595억원이 기업 정상화에 투입됐다. 하지만 이중 회수 가능한 금액은 29조3463억원으로 전체 회수율은 38.7%에 불과했다.
채권은행이 중심이 되어서는 선제적인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신용위험평가에서 C 등급 이하를 받은 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이지만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을 최대한 미루면서 부실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소극적으로 워크아웃 등 절차에 돌입한다는 비판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채무가 있는 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하면 당장 대손충당금도 추가로 쌓아야 하고 신규자금 지원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될 수 있다”며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유인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촉법을 재입법하기보다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사모펀드(PEF) 육성 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금융IT학과)는 “현재의 구조조정은 강성노조 등의 저항 등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슈에 많이 좌우된다”며 “문제를 일으킨 은행이 아니라 경영 전문가가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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