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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사회로 가는 길] 거짓 제보·신상털이·여론몰이…'마녀사냥'에 익숙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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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1 06:00:00 수정 : 2018-07-11 16: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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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온라인 마녀사냥 갈수록 심화
지난 3일 한 인터넷 카페에 ‘태권도학원 원장이 아이들을 태운 차량을 난폭하게 운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오늘 회사에 큰 화물차가 못 들어와 회사 앞 골목에 차를 세우고 물건을 싣고 있는데, 노란색 어린이차가 계속 경적을 울리더니 질주해서 화물차 앞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하던 학원장이 자신에게 화를 냈다고 주장하며 “2∼3분 기다리는 순간에도 화가 나서 애들을 태우고 저러는데 다른 일엔 얼마나 더 심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어느 학원인지 알려 달라는 댓글이 달렸고, 작성자는 쪽지를 통해 학원명을 가르쳐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권도학원 원장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태권도학원 측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올리셔서 올리신 글 캡처 사진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올린다”며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난폭운전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신상털이’에 나서 최초 작성자가 다니는 회사 이름이 공개됐고, 해당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구매 후기에는 조롱성 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잊을 만하면 인터넷 달구는 ‘가짜 제보’와 신상털이

이처럼 인터넷에 거짓 제보가 올라오고, 신상털이로 이어지는 ‘온라인 마녀사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2월에는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임신부가 채선당의 한 지점에서 식사를 마친 뒤 종업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는 글은 많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자신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증인을 자처하는 글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경찰 수사에서 종업원이 임신부의 배를 찼다거나, 먼저 욕설을 퍼부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미 해당 기업의 가맹점들은 막대한 이미지 손상을 입어 매출이 급감한 뒤였다. 이 사건은 익명게시판을 통한 근거 없는 폭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로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 2015년에는 ‘세 모자 사건’이 발생했다. 본인뿐 아니라 아들 둘까지 남편과 친척 등 수십명에게서 오랜 기간 성폭행을 당해 왔다는 충격적인 내용에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사건을 다룬 인터넷 기사에는 20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거짓 폭로로 드러났고, 세 모자 중 엄마 이모씨와 그를 뒤에서 조종한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 김모씨는 무고와 무고교사,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해 이씨는 징역 2년, 김씨는 징역 9년형이 확정됐다.

◆마녀사냥을 넘어 극한 갈등으로… 개선될 수 있나

지난해 9월 벌어진 ‘240번 버스 사건’은 맘충(‘mom’과 벌레 ‘충’의 합성어로 개념 없는 아이 엄마를 비하하는 표현) 논란으로 퍼졌다. 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엄마를 태운 채 출발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알려지며 사건 초반에는 버스기사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버스 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서울시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비난의 화살은 아이 엄마에게로 향했다. 목격자는 “미어터지는 퇴근 시간에 5살도 안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리고 바로 여성 분이 내리려던 찰나 뒷문이 닫혔다”며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며 문을 열어 달라는데도 무시했다”고 적었다. 반면 CCTV 공개 결과 ‘5살도 안 돼 보이는 여자아이’는 7살이었고 떠밀려 내려졌다기에는 자발적으로 내린 듯한 발걸음이었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서울시는 “아이 엄마가 하차를 요청했을 때는 이미 버스가 4차로에서 3차로로 진입한 상태였다”며 “사고 위험이 있어 기사가 다음 정류소에서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결론 냈고, 버스기사의 억울함은 풀렸다. 최초 글 작성자도 버스 운전사에게 사과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아이를 제대로 못 본 엄마 책임이라는 맘충 논란으로 흘렀다. 여기에 최초 유포자가 여초 카페 회원으로 알려졌고, 허위 글에 많은 여성이 동조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여혐(여성혐오)’으로 까지 이어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남혐(남성혐오)과 여혐 등도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경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상황의 특수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작성자의 익명성도 쉬운 혐오 발언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 온라인상에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내가 모른다는 점에서 더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반응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정치적이나 인권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글의 경우 일정 정도의 실명이나 아이디를 노출해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면 지금보다 훨씬 정제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제안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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