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명 ‘탐정업’을 금지하고 탐정이란 명칭도 쓸 수 없게 한 건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전직 경찰관 정모씨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40조 등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용정보법 40조는 신용정보회사가 아니면 특정인의 소재·연락처를 알아내거나 사생활 등을 조사할 수 없고, 탐정이란 명칭도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씨 측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탐정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대신, 행정상 지도·감독을 강화하면 사생활 비밀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실종자나 미아, 치매 노인이 늘어나고 심부름센터 등 공권력 사각지대에서 사생활 침해가 늘어 탐정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취지다.
탐정이나 정보원 등 유사 명칭 사용을 금지한 데 대해서도 “일반인들은 명칭 사용자가 사생활 등 조사 업무를 적법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거나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탐정 제도 도입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탐정업의 업무 영역에 속하지만 (관련 법상) 금지되지 않은 업무를 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도난·분실로 소재를 알 수 없는 물건 등을 찾아주는 일을 하거나 신용조사업·경비업·손해사정사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탐정업과 유사한 직역에 종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탐정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공인탐정제도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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