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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3연임 노리는 아베…의회 회기 연장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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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9 20:36:24 수정 : 2018-07-09 17: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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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총재 선거 ‘표밭 다지기’
오는 9월20일쯤 일본이라는 나라의 향후 3년간 항로를 결정할 선거가 열린다. 임기 3년인 집권 자민당의 총재를 뽑는 선거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중의원의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당이나 세력이 총리를 배출하며, 현재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자민당의 총재가 아베 총리다. 그는 2012년부터 자민당 총재를 맡고 있으며, 이번에 3연임에 도전한다. 당선될 경우 총재 임기와 마찬가지로 총리 임기도 덩달아 3년 연장된다. 대체로 아베 총리의 승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지만 ‘사학스캔들’이라는 지뢰가 여전히 제거되지 않아 뚜껑을 열어 볼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EPA·연합뉴스
◆일본 3년을 좌우할 선거…아베노믹스 고? 스톱?

아베 총리는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2년 9월 당 총재에 당선됐고, 그해 12월 중의원 총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처음 총리가 됐지만 ‘사라진 연금’ 문제 등으로 1년 만에 그만둔 바 있다. 2007년 연금기구의 전신인 사회보험청의 연금기록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주인을 알 수 없는 연금 납부 기록 5000만건이 드러나면서 아베정권에 치명타가 됐다. 그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했고, 두 달 뒤 아베 총리가 물러났다.

애초 자민당은 당규를 통해 총재의 연속 임기를 2기(6년)로 제한해 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 측의 주도로 지난해 3월 당규가 개정돼 현재 연속 임기 제한은 ‘3기’(9년)로 늘어났다. 예전같으면 출마자격조차 없어야 할 아베 총리가 올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이다.

1차 집권 때와 달리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은행을 앞세워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를 표방하면서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 약세(엔저)를 유도하고, 그 영향으로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일본 국민 다수는 아베노믹스가 일본을 오랜 불황에서 구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베노믹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고, 아베정권의 재정재건 달성 목표 시기는 번번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민당 내에서도 ‘탈 아베노믹스’ 세력의 모임인 ‘재정·금융·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연구회‘가 생겨났다. 이 모임에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 노다 세이코(野田 聖子) 총무상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아베노믹스의 운명도 끝날 전망이다.

◆아베의 도박…추가시간 득점? 실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연임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아베 총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사학스캔들’이 다시 불거지면서 상황이 확 바뀌었다.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아베 총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으며 피해가는 아베 총리의 독특한 화법을 풍자한 ‘밥 논법’, ‘신호등 화법’이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밥(식사)을 먹었느냐고 물어보면 쌀밥을 먹지 않고 빵을 먹었으므로 ‘밥을 먹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대답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측은 지난달 20일까지인 올해 정기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야권의 추궁을 버텨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정기국회 회기를 오는 22일까지 연기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실적을 쌓기 위해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일하는 방식 개혁’ 등 핵심 법안이라며 밀어붙인 것들이 하나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로 막을 내릴 경우 아베 총리의 추진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불거질 수 있다. 다른 후보들의 선거활동기간을 축소하는 효과도 있다. 국회 회기 중에는 총재 선거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자민당의 관례다.

물론 여기에는 야권의 추궁이 거세도 내각 지지율이 더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의 70% 정도가 사학스캔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변명을 믿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내각 지지율 하락세는 멈춰섰고, 자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위험 부담이 없지는 않다.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경우 아베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연장국회를 월드컵 축구에 비유하면서 “추가시간 5분은 길게 느껴진다”며 “(국회 회기) 연장도 같다. 추가시간에 어설픈 실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스트 아베’ 후보들…또 아베? 새 얼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인물은 이시바 전 간사장이다. 그는 2012년 총재 선거 때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2차 결선 투표에서 역전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면서 ‘반 아베’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최근 일본 국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소득보고서에 따르면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난해 TV출연과 강연, 인세 수입 등으로 얻은 ‘잡소득’이 937만엔(약 9500만원)으로 전년(548만엔) 대비 1.7배로 불어났다. 이는 다른 ‘포스트 아베’ 후보인 노다 총무상(452만엔)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72만엔)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은 액수다. 그만큼 활발하게 전국을 누비고 있다는 얘기다.

기시다 정무조사회장은 총재 선거 출마 여부조차 밝히지 않을 정도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고, 노다 총무상은 ‘여성 첫 총리’에 도전하고 있지만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외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이번 총재 선거보다는 다음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은 인지도와 인기 면에서는 최고지만 아직 30대로 젊기 때문에 차세대 대권 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다른 후보가 고이즈미 부간사장과 손을 잡아 그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면 당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 측이나 이시바 전 간사장 등이 그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있는 이유다.

기시다 후미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자민당 내 파벌 구도다.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파(95명), 아소파(59명), 니카이파(44명)가 공개적으로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국회의원표 405표 가운데 절반에 육박한다. 더구나 무파벌 의원 72명 안에는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있으며 그와 친한 의원들도 2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정무조사회장이 출마를 포기한다면 기시다파(48명)도 아베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이끄는 이시바파(20명)의 세력은 초라하다. 다케시타파(55명)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방표를 얻기 위해 전국을 활발하게 누비는 이유다.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 405표(1인 1표)와 지방 405표(국회의원표와 동수)를 합친 810표 가운데 과반수 표를 얻은 후보가 있으면 총재로 선출된다. 과반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르며, 국회의원표 405표와 지방 47표(광역지자체 1표씩)를 더한 452표 가운데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선출된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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