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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케스트라 벽 뚫은 한국 음악인… ‘클래식 新 인류’

입력 : 2018-07-08 20:55:37 수정 : 2018-07-08 20: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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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오케스트라 ‘한국인 연주자 시대’/이지윤·박지윤·김수연·이지혜·윤소영 등/젊은 음악가 해외 악단 요직 진출 러시/
악장·수석, 실력 뿐 아니라 인성 등 중요/높은 경쟁률·편견 뚫고 리더로 인정 받아/솔리스트 고집하기보다 안정감 등 추구
오는 23일 강원 평창에서 개막하는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하이라이트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다.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이 음악제를 위해 결성된 교향악단에 모인다. 독일 뒤셀도르프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플루트 수석 조성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일본 도쿄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 조성호, 노르웨이 오슬로필하모닉 호른 수석 김홍박,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열콘체르트허바우(RCO) 제2 오보에 함경이 한 무대에 선다.

평창에서 ‘어벤저스급 오케스트라’ 구성이 가능한 이유는 최근 해외 교향악단의 악장·수석·부수석으로 임명되는 한국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 이런 흐름은 최근 4∼5년 사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연주 실력은 물론 현지 문화에 녹아드는 유연성·리더십을 갖춘 덕에 주류 클래식계의 높은 벽을 뚫을 수 있었다. 연주자들의 시각이 넓어지고 세계화된 것도 이런 현상에 한몫했다.

◆세계로 나가는 한국 연주자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은 올해 5월 독일 명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악장 지위를 받았다. 이지윤은 지난해 9월부터 아시아인 최초이자 최연소(당시 25세) 악장으로 활동하며 수습기간을 거쳤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도 올해 9월부터 프랑스 대표 악단인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일한다.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지난해부터 악장을 맡고 있다. 같은 악단의 김유빈은 2016년 19세에 최연소 단원이자 최연소 플루트 수석으로 선임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는 2015년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악장으로 임명됐고, 윤소영은 2012년부터 스위스 바젤 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 악장으로 활동 중이다.

관악 연주자들도 만만치 않다.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여하는 이들 외에도 바순 연주자 유성권이 2010년부터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수석으로 일하고 있다.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은 올해 5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부수석에 임명됐다. 

박지윤
조성호
김유빈
유성권
◆“상상도 못했던 일”… “클래식계 신인류의 출현”

이들이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쉬웠던 건 아니다. 유명 악단에 공석이 생기는 일이 적다보니 입단 경쟁률 자체가 치열하다. 2013년 손유빈이 들어간 뉴욕 필하모닉 제2 플루트는 35년 만에 생긴 자리였다. 조성호가 도쿄 필하모닉에 지원할 때도 20여년 만에 나온 공고였다. 같은 실력이면 유럽권 연주자를 뽑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지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악장은 “선발 과정 초기에는 동양의 어린 여자 연주자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눈길조차 얻을 수 없어 힘들었다”고 전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외국인 비율이 20%로 동양인은 이지윤 악장을 포함해 단 두명이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은 젊은 한국인들의 약진을 “콩쿠르 우승보다 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평한다. 김 원장은 “악장·수석을 뽑을 때는 악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잘 리드할 수 있나, 우리와 얼마나 소통되나, 사람으로서는 어떤가를 다 감안한다”며 “사회적·문화적·인간적으로 녹아들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웬만한 콩쿠르 우승보다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비약해서 말하면 해외에서 한국을 ‘악기 잘하는 아이들의 나라’에서 ‘우리와 같이할 수 있는, 리더로 모실 수 있는 나라’로 보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클래식 기획사 목프로덕션 이샘 대표 역시 “연주 실력과 언어 능력, 인화력이 있는 한 세대의 연주자들이 나온 것 같다”며 “‘클래식 신인류’의 출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이지윤
김한
◆압도적 실력 뒷받침… 넓어진 시야

이들의 해석처럼 한국 연주자들의 약진은 뛰어난 실력과 사회·문화적 역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연주자들의 넓어진 시야도 한몫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박선희 음악사업팀장은 “유럽·미국을 삶의 터전으로 삼으려면 경쟁도 치열하고 쉽지 않다”며 “그만큼 젊은 연주자들이 강인해지고 세계화됐고 도전의식을 갖췄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과거에는 솔리스트가 되는 걸 성공으로 여기는 단편적 시각이 있었지만 10여년 전부터 연주자들의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연주자로서는 오케스트라에 소속돼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고 안정감도 느낄 수 있다. 이지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은 “바이올린 레퍼토리는 전체 음악의 1%가 될까 말까 해서 폭넓은 음악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며 “솔리스트는 오케스트라 경력을 병행할 수 없지만 악장은 솔리스트 병행이 가능한 데다 종신단원이라는 점이 주는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입단 이유를 전했다. 이지윤은 “현 세대에는 아무도 5∼10년 후 프리랜서로서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가 훨씬 줄었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김한 역시 “오케스트라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로는 자주 연주하고 더 많은 음악을 접할 기회가 된다는 점, 소속감, 팀으로서 일하는 동료의식, 안정된 생활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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