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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실장이 “국민연금 CIO 공모 지원하라” 덕담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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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5 23:33:45 수정 : 2018-07-05 17: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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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CIO)의 ‘빈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가관이다. 어제는 청와대가 긴급 해명에 나섰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CIO 공모에 지원했다가 최근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전화로 지원을 권유한 사실이 있지만 ‘잘되기를 바란다’는 덕담 차원이었다고 한 것이다. 곽 전 대표가 앞서 전화 권유를 공개하자 청와대의 부적절한 인사 개입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까 봐 선을 그은 것이다.

곽 전 대표는 4월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CIO 최종후보 3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던 인물이다. 전임 강면욱 본부장의 지난해 7월 자진사퇴로 비게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 2월 시작된 공모에 응한 후보 16명 중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아 차기 본부장으로 유력시됐다. 그는 그런 절차에 앞서 장 실장이 전화해 “곽 전 대표는 학연·지연이 없다는 점이 더 좋게 보인다”면서 20분간 공모 지원을 권유했다고 털어놓았다.

장 실장과의 통화 후에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도 연락이 와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전화를 달라”고 했다고 한다. 곽 전 대표는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있는 전주로 가 김성주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 운영 방향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6월 중순에 예정된 해외 출장도 같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곽 전 대표는 자신이 내정된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고, 지난달 27일 ‘적격자 없음’ 결론이 내려지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곽 전 대표의 언급은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이런 말들을 허투루 지어내 현 정부 실세들과 각을 세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믿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장 실장은 추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덕담’ 핑계를 댔다.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 때 이런 일이 불거졌다면 정치 공세에 나섰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덕담’이라고 눙친다. 이 역시 ‘내로남불’이란 것인가.

국민연금 CIO는 630조원 안팎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최고투자책임자다. 이런 자리를 1년 가까이 비워둔 것도 불찰이지만 청와대가 부적절한 개입 논란을 자초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국민 노후 불안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내로남불 해명으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것은 분명히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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