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이어주므로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 통로다. 세계 원유 해상물동량의 3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이 해협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복원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려 하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중동의 다른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동안 이란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사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어떤 원유 선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과거에도 미국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폭이 좁은 곳은 50㎞에 불과해 기뢰나 함정을 동원하면 유조선 통행을 쉽게 막을 수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일시적으로 유조선의 해협 통행이 막히자 국제 유가가 폭등했고, 그후 이란이 봉쇄 위협만 가해도 유가는 급등한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중동지역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 원유의 80%가 이 해협을 지난다.
페르시아만의 바레인에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란을 겨냥한 전력이다. 미군 중동지역 전략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는 “국제법이 허락하는 곳에서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5함대가 이에 개입하면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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