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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위기의 은행, 신뢰회복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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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5 23:33:27 수정 : 2018-07-05 23: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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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같은 때 은행 다닌다고 밝히기 그래요. 이것저것 일이 연달아 터져 욕만 먹고 있으니…”

며칠 전 만난 한 은행권 인사의 푸념이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사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국민 공분을 사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채용비리다. 지난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에서 불합리한 채용사례가 발견됐다. 권력자나 지인의 청탁을 받아 해당 지원자의 점수를 올려줬다. 반대로 여성이나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는 의도적으로 점수를 깎아서 탈락시켰다. 공정하지 못한 절차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가담한 38명은 검찰에 기소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올 초 신한은행에서도 채용비리가 뒤늦게 불거져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그 와중에 일부 은행의 금리 조작 사실이 공개돼 성난 여론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어떤 은행은 수년간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조작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높여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담보나 소득을 입력하지 않은 채 최고금리를 적용한 은행도 있었다.

서민들은 한푼이라도 아껴 보려고 손품, 발품을 팔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출받는 처지에선 은행 상품마다 금리를 비교하고, 은행에서 제시하는 우대금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신용카드를 쓰고, 자동계좌이체를 신청하는 일 말고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런데 정작 은행은 이런 소비자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이자를 매기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은행권은 일부 은행이나 특정 점포의 사례로 은행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현실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리 조작과 관련해 “금리가 낮게 책정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것은 항의하지 않지 않느냐”고 소심한 항변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인식 자체가 틀렸다. 채용비리나 금리조작에 대한 분노의 저변에는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불신이 깔려있다. 은행은 ‘갑’이고 취업준비생과 대출 고객은 ‘을’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은행권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는다. 은행원은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다. 은행은 손을 내미는 수많은 사람 중 선택하면 된다. 금리 책정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금리 산정 방식에 대해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은 은행이 제시한 숫자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비대칭 구도 하에서는 사소한 잘못 하나로도 은행권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부당한 ‘갑을 관계’ 관행이 하나 둘 해체되고 있는 시대다. 그동안 국민들은 채용이든 금리 산정이든 은행들의 의사결정은 합리적으로 이뤄진다고 믿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메스를 들이대자 은행들이 우월적 위치에서 힘을 남용해왔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은행권은 자조하거나 억울해할 게 아니라 위기감을 가지고 변해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스스로 자만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자산이나 이익이 늘어난다고 최고의 은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순이익을 많이 내면 낼수록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은행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은행이 ‘갑질’한다는 고객들의 인식을 바꾸고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이진경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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