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5일 오전 10시25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서울 남부지검에 도착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청사 출입문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부인과 딸의 뒤를 이어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나왔지만 그 흔한 "성실히~"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회장은 5일 오전 10시 25분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모습을 나타냈다.
감색 양복, 노타이 차림에 다소 침통한 표정의 조 회장은 "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보는가", "자녀들을 위해 정석 기업 주식을 비싸게 사라고 지시했는지" 등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검찰 조사 당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나마 답했던 당시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조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 늦게, 늦으면 6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1999년 세금 62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감경돼 풀려났다.
조 회장은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잔고 합계가 10억원을 넘는데도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국제조세조정법 위반),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때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당시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정황과 부동산 일감 몰아주기 등이 횡령 혐의다.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자녀들이 '통행세'를 받는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 자신의 세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싸게 사들였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꼼수매매'로 90억 원대에 달하는 차익을 챙기게 한 것이 배임 혐의다.
여기에 2000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에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개설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을 놓고 약사법 위반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특경법상 사기 혐의도 있다.
글=박태훈, 사진=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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