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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자체장, '박정희 OUT' 박차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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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5 06:00:00 수정 : 2018-07-05 07: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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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박정희 지우기①] 반발 논란도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 이후 전국 곳곳에 드리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민주당 소속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잇따라 관할 지역 내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재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경북 구미시 박정희 생가 기념공원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기공식 시삽을 하고 있다. 뉴스1
◆장세용 “언제까지 친일 박정희를 가지고 갈 건지…”

포문을 연 것은 장세용 신임 경북 구미시장이다. 장 시장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구미시의 브랜드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역사 속 인물인데, 자꾸 호출해 현재 권력과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미 내 수백억원 규모의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착수할 뜻을 밝혔다. 그가 대구·경북(TK) 유일한 민주당 당선인이자 보수의 상징인 ‘박정희의 고향’ 구미에 민주당 깃발을 꽂아 전국적인 주목을 받던 터라 파문이 일었다.
 
장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구미시청 ‘새마을과’ 폐지, 907억원이 투입된 구미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의 용도변경용도 변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새마을과를 ‘시민사회지원과’로 이름을 바꾸고, 새마을공원은 경북민족독립운동기념관(가칭)으로 변경해 역사교육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장 시장 측은 “새마을과는 이름만 바뀔 뿐 하는 일은 같고, 공원 용도변경은 운영비를 고려한 문제”라며 이념적 접근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공약 모두 기존 이름에서 ‘새마을’이라는 단어를 빼는 것으로, 사실상 ‘박정희 지우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신임 경북 구미시장이 지난 2일 시청 상황실에서 민선 7기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구미=뉴시스
장 시장의 ‘박정희 지우기’ 입장은 당선 이후 더욱 확고해졌다. 그는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새마을공원 용도변경과 관련해 “박정희의 가장 큰 한계는 친일인데 언제까지 박정희만 가지고 갈 수 있겠느냐”며 “시민공청회를 통해 결정하겠지만, (경상북도가) 새마을테마공원을 고집한다면 그분들이 재단을 세워 운영하게끔 하겠다. 새마을에 목숨을 거는 분들이 이제까지 새마을을 내걸고 돈을 벌었으면 그들이 운영하는 게 맞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새마을공원의 운영비는 당초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지만, 매년 운영비가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어느 한쪽도 선뜻 나서질 못하는 상황이다. 장 시장은 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200억원 추가 투입을 앞둔 ‘박정희 역사자료관’에 대해서도 “유물전시관은 생각하기도 싫다”며 “취소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애국시민연합 회원 70여명이 지난 2일 경북 구미시청 정문 앞에서 “새마을운동 사업의 축소를 반대한다”며 집회를 하고 있다. 구미=연합뉴스
보수단체 회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경북애국시민연합, 대한애국시민연합 등은 최근 구미시청 앞, 구미역 광장 등에서 장 시장 규탄 피켓 시위를 벌이며 △새마을과 명칭 변경 철회 △새마을공원 용도 변경 철회 △박정희 역사자료관 완공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장 시장은 이에 한 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지난 2일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새마을공원 용도 변경과 박정희 유물전시관 폐지 등은 선거 기간에 증폭된 감이 있어 시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선거 공약이지만 시장으로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새마을공원 운영비와 관련해서는 “경상북도가 운영비를 100%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라고 연락하겠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양호 신임 서울 중구청장이 지난 2일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중구시 제공
◆서양호 “박정희 기념공원 의혹 사업 일체 중단”

7년 만에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중구청장에 당선된 서양호 신임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그간 논란을 빚은 ‘박정희 기념공원 의혹 사업’을 중단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발표한 취임사에서 “300억원이 넘는 구비가 소요되는 ‘동화동 공원·주차장 사업’은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구민들로부터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기념공원이라는 의혹과 비판을 받아왔다. 구민이 아닌 정치적 요구에 따른 대표적 사례”라며 “시민권 회복을 기념하는 중구의 대표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동화동 공원·주차장 사업은 중구청이 2016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지상 공터는 인근의 박 전 대통령 신당동 가옥을 한데 묶어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정희 기념공원’ 의혹을 받은 중구의 동화동 공원·주차장 사업. 중구시 제공
당시 중구는 사업 추진 취지로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군사정변을 계획하고 지휘한 장소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중요한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 청장 측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 청장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사업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번에 새로 구성된 구의회에서 사업을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박정희 공원’ 이미지에서 확실하게 탈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구의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4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에서 좌승희 기념재단 이사장(왼쪽)이 박근 ‘이승만트루만박정희동상건립추진모임’ 대표에게 전달받은 동상 모형과 기증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상암동 박정희 동상도 7개월째 좌초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도 같은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박정희기념재단(이사장 좌승희)이 추진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부지 내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박정희 동상 기증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동상 건립을 불허하는 이유로 재단이 ‘근현대 역사 인물 동상 건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지난 2월 ‘근현대 역사 인물 동상 건립 기준’이 신설됐다. 역사 자문기관 3곳 이상에서 인물 평가와 고증을 받아와야만 허가할 수 있는데, 재단 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단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은 명확하다. 역사기관 고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역사기관의 평가 대신 박 전 대통령 관련 서적 12권을 임의로 제출했다. 서적은 ‘박정희 새로보기(이영훈 외)’ ‘10월 유신과 국제정치(이춘근)’ 등 12권 모두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강조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책자는 인정할 수 없어 지난달 초 재보완 요구를 했지만 아직 재단으로부터 답신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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