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북한 측에 비핵화 일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년 이내에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와 탄도 미사일 폐기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국무장관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 및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1년 내 비핵화’ 방안에 대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이 1년 안에 해체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대북 정책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총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볼턴 보좌관이나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보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입’ 역할을 하는 노어트 대변인의 말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 등에게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지 불확실해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시간표에 합의하지 않은 채 비핵화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 정부가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 협상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비핵화 시간표가 없으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폼페이오, 이번에도 웃을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 북한을 방문한다. 폼페이오 장관(왼쪽)이 지난 5월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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