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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박삼구 회장 "기내식 대란으로 모든 분께 죄송…도덕적 책임 느낀다"

입력 : 2018-07-04 17:56:09 수정 : 2018-07-04 18: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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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왼쪽 세번째)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전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내식 사태와 관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4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본관 2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자회견을 늦게 열어 죄송하다"고 운을 뗐다.

박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로 인해서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협력회사 대표께서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되어서 무척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유족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미리 예측을 못하고 준비를 못 한 것으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며 "공항 서비스는 물론이고 객실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해 회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려서 직원들께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 회장은 "기내식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아시아나항공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실망을 끼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겠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후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박 회장은 기존에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었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LSG)와의 관계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시다"며 "IMF때 우리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시아나항공의 케이터링 사업권을 LSG와 2003년에 맺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어려운 상태에서 지분율 20대 80으로 LSG와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을 5년 단위로 하되, 두 번 연장한다고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씩 총 10년에 걸쳐 계약을 연장하면서 15년이 흘렀고, 계약이 올해 만료되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비즈니스에서 당연한 일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 화재로 준비하는 기간이 늦춰졌다고 한 박 회장은 "협력사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는데,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며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협력회사 대표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도의적으로 책임을 느낀다"며 "아시아나항공과 직접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나, 샤프도앤코와 우리가 계약했고 협력회사로 왔기 때문에 아예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협력회사 육성과 관련해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 나가겠다"며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세계일보 DB.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앞선 1일 기내식 공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날까지 사흘째 여러 항공편이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어 승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출발이 늦어진 장거리 항공편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출발 시간을 맞추려 ‘노밀(No Meal)’ 상태로 기내식 없이 이륙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기내식 사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기내식 공급 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갑질’ 논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비난이 커지자 뒤늦게 대표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일부터 새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로부터 기내식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신축 중인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임시로 3개월간 중소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일 3000식 공급 규모)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을 책임져 온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에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게이트고메코리아로 업체를 바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사항을 조사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LSG에 지속적으로 기내식 원가 공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내식 품질에도 불만이 있어 업체를 바꿨다는 입장이다.

 
3일 오전 아시아나가 3개월간 기내식을 공급받고 있는 인천 중구 샤프도앤코코리아에 트럭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 기준 인천∼로마·프랑크푸르트 노선 등 국제선 2편이 기내식 문제로 1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됐고, 21편은 기내식이 없는 상태로 출발했다.

프랑크푸르트행 여객기는 출발 예정 시간보다 약 1시간30분 뒤 이륙했고, 로마행 비행기는 예정보다 3시간 가깝게 지난 뒤에야 기내식을 싣고 인천을 떠났다.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여객기. 연합뉴스.


승객의 항의와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최전선에서 이들을 맞이하는 승무원들의 피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 앱(App) 블라인드에는 승객 응대로 힘든 상황을 겪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과 승객 기내식을 챙기느라 정작 승무원들은 식사를 거르고 주린 배로 기내 서비스에 나서야 했다는 얘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에서 기내식을 조달하는 해외 출발 항공편의 운행은 다행히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직원 1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침묵하지 말자’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 오는 6∼8일 광화문광장에서 박삼구 회장의 갑질 및 비리를 폭로하는 집회를 연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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