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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체팔이 그만" 쌍용차 분향소 향한 '태극기부대'의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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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4 16:33:17 수정 : 2018-07-04 19: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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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다시 설치된 분향소… 이틀째 갈등 지속 “아이고오∼ 아이고.”

4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는 난데 없는 곡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60∼70대로 보이는 여성 몇몇이 광장 한켠을 빙 둘러싼 경찰과 마주한 채 내는 소리였다. 슬픔과는 거리가 먼, 조롱에 가까운 소리였다. 이들과 일행으로 추정되는 노인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거들었다.
4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 시위’를 벌여 온 보수단체 관계자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고 김주중씨를 추모하는 분향소 운용자들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양측 중간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재문 기자
폴리스라인 너머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30번째 희생자 분향소’라고 적힌 천막 아래 흑백으로 된 영정과 국화꽃, 향 등이 놓여 있었다. 지난달 27일 경기 평택시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쌍용차 해고자 김주중씨를 추모하기 위해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설치했다. 쌍용차 분향소가 대한문 광장에 다시 설치된 건 5년여만이다.

해고 이후 복직이나 취업이 되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된 김씨는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석원 금속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시민들이 김씨를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정부에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자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부터 이 장소에서 ‘태극기 집회’를 이어온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가 분향소 설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국본 회원들은 전날 분향소가 설치되기 전부터 몰려와 항의를 이어오고 있다. 광장의 다른 한 구석에는 국본이 설치한 천막과 방송차 등이 자리잡았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 회원들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 설치된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故) 김주중씨의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조문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간밤에는 일부 국본 회원이 추모객들과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날도 양측의 대치가 이어졌다. 30도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날에도 국본 회원 수십명이 몰려와 분향소를 둘러쌌다. 한 여성은 “너희들 참 대단하다”며 비아냥거렸고, 군복을 입은 한 노인은 “‘시체팔이’ 그만해라”는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오후 5시20분쯤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표창원 의원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두 의원이 절을 하는 동안 욕설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자리를 뜨던 표 의원이 한 남성에게 거세게 뒷덜미를 잡히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추모객 대다수는 이에 아랑곳않고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으나 한 여성은 서러움에 북받친 듯 손수건으로 연신 눈가를 닦아냈다. 경찰은 이날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현장에 경력 120명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이 조금 유동적이라 언제까지 경력을 배치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 범국민대책위는 2012년 같은 장소에 분향소를 설치해 약 1년 간 운영한 바 있다. 중구청은 2013년 도로교통법 위반 등을 이유로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그 자리에 대형 화분을 뒀다. 이후 분향소는 쌍용차 평택공장 앞으로 옮겨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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