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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볼턴 또 '이견'?…'비핵화 시간표' 엇갈린 메시지

입력 : 2018-07-04 11:07:00 수정 : 2018-07-04 10: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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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대변인, 볼턴에 '일부 인사'…"시간표 내놓지 않겠다"
볼턴 '1년 비핵화' 협상 가이드라인 제시에 국무부 자극받은 듯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세 번째 방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또다시 엇갈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협상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서로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최근 언론에 나와 '1년 내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정작 대북 협상파인 마이크 폼페이오가 이끄는 미국 국무부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비핵화'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일부 인사들(individuals)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지난 1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으며, 북한이 협조한다면 매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발언한데 대한 국무부 차원의 답변이었다.

나워트 대변인의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언급과 맥을 같이 한다. 애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인 2020년까지 북한의 '주요 비핵화' 달성'을 제시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5일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당시 그는 "2개월이든 6개월이든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북미 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나워트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일부 인사'로 지칭하고, 나아가 볼턴 보좌관과 달리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공식 브리핑에서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볼턴 보좌관을 가리키며 언급했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을 견제하거나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여기에는 대북 접근법을 둘러싸고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묵은 갈등'이 반영돼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폼페이오 장관은 '협상'을 중시하면서 북한을 상대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데 치중하고 있는 반면에,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상대로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슈퍼 매파'다.

역사적 6·12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두 사람의 '이견'은 수면 아래로 잠복해있었지만, 비핵화의 구체적 밑그림을 그릴 후속협상을 앞두고 다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이 강·온 양면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 분담을 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상대로 협상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려는 '굿 캅-배드 캅'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비핵화 시간표를 둘러싼 메시지의 혼선은 두 사람의 관계에 무언가 순조롭지 못한 대목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이 마치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듯이 '1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이 국무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1년 내 비핵화' 방안에 대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 비핵화- 후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고집하다가 한때 입지가 위축됐던 볼턴 보좌관이 북한과의 협상을 목전에 두고 다시 전면에 나서 대북 압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특히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북한이 비핵화 의도가 없으며 핵시설을 은폐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잇따르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나온다.

협상을 직접 맡은 국무부로서는 볼턴 보좌관의 '개입'에 불쾌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입'인 나워트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은 그 연장성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하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며 "나는 볼턴 보좌관을 대변하지 않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물어보라"고 '냉랭하게' 반응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핵화 시간표' 제시 여부는 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장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큰 틀에서 '비핵화 시간표'를 만들어내고 이를 토대로 조속한 이행에 들어가는게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탄력적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북한의 의중을 테스트하는 '검증'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FFVD'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기도 했다.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낙관하고 있다. 앞서 그는 트위터에서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대화가 잘 돼가고 있다"며 "오직 가짜뉴스를 비롯한 야당만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고 썼다.

비핵화 후속 협상을 앞두고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면서도, 북한의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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