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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내가 뭐!"..장마철 '목숨' 건 음주 낚시 '심각'

입력 : 2018-07-04 07:00:00 수정 : 2018-07-04 09: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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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수교 보행자 통제, 새벽까지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 / 불어난 수위에 술을 마시며 낚시를 즐겨 / 낚시 포인트마다 각종 술병과 음식물 쓰레기가 나뒹굴어 / 단속은 손 놓은 상태 / 뻘 표면이 미끄럽고 경사도가 심해 자칫 추락위험 / 대피요령과 낚시 경고 표지판 무시

3일 오전 1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잠수교 보행로가 불어난 수위상승으로 통제되고 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손맛은 지금이 최고죠. 이 정도 비로는 사고 안나요. 걱정 마세요. 같이 온 친구들도 있고, 사고 날일 없으니깐 신경 끄세요.”

장마철, 높아진 수위에 낚시꾼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강변을 따라 걷다하다 보면 물장구치듯 펄떡 거리는 물고기가 눈에 쉽게 띈다. 낚시꾼들은 당장에라도 낚싯대나 들고 달려가고 싶어진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인 2일 늦은 오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한강공원을 둘러보았다. 3일 오전 1시 30분 서울 잠수교 보행로가 불어난 수위상승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잠수교 주변을 둘러보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수몰나무 포인트마다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자리 잡고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강공원. 컴컴한 어둠 속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불어난 수위에 낚시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안전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시민들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과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낚시를 즐기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음주 낚시’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되는  상황. 문제는 제대로 된 처벌·단속규정이 없다는 것.

한강공원에서 낚시 포인트마다 편의점에서 사온 술로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는 장면도 쉽게 눈에 띈다. 낚시꾼이 버린 소주병, 막걸리병 등 맥주캔, 말걸리병, 일회용 음식 등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쓰리기까지 빗물에 젖어 채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수풀나무 주변 둥둥 떠 있는 쓰레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먹다 버린 음식물을 그대로 두거나 나무와 풀숲 사이에 숨기는 듯 버려져 있는 것도 술병도 찾을 수 있었다.

잠수교 인근에서 만난 인근 주민 최모(66·남)씨 “낚시를 즐기는 것도 좋고, 다 좋다. 그렇지만, 술을 마시더라도 안전하게 마셔야지. 누가 봐도 위험한데, 저기 들어가서 술 마시다 사고 나면 어떻게 하냐”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장마철 많은 비로 한강 변에 넓게 형성된 뻘로 걷기에도 난감한 수준이다. 문제는 넓게 형성된 뻘이 표면이 미끄럽고 경사도가 심해 자칫 추락위험이 크다. 입질이 좋다고 해서 풀숲에 모여 술을 마신 후 술기운에 발을 헛디뎌 깊은 물속에 빠지면 구조 요원 접근조차 쉽지 않다.
3일 오전 2시쯤 서울 한강공원. 낚시꾼이 버리고 간 각종 술과 음식물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술기운에 무모한 낚시를 시도하다 물에 빠져 변을 당하거나 고립되기 십상.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접근을 통제해도 무모하게 덤벼들어 변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를 예방하고, 철새 등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한 곳이 모두 22곳이다. 하지만 단속을 비웃듯 일부 낚시꾼은 금지구역에 들어가 당연한 듯 즐기고 있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좀 위험해 보여요. 낚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누가 봐도 위험한 것 같아요.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단속을 계속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강공원 곳곳에는 '낚시할 때의 유의사항'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나는 괜찮겠지” 라는 안전 불감증, 자칫하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낚시를 즐길 때는 수시로 기상특보 사항을 청취해 날씨 변화에 대비하여야 한다. 국지성 호우나 홍수로 인한 급작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추락하는 사고도 빈번하다. 하지만, ‘음주 낚시’를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것. 짜릿한 손맛에 젖은 낚시꾼에게는 대피요령과 경고 표지판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나는 괜찮겠지” 라는 안전 불감증, 자칫하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강공원관리 한 관계자는 “위험 지역을 순찰하며 계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제하고 경고방송까지 하는데도 낚시를 하는 시민이 있다”며 “‘낚시 금지 구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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