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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한국 옥죄는 美·中 경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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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3 23:46:20 수정 : 2018-07-03 23: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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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달러 패권에 도전장 던지자 / 美, 위안화 절상 압박 정조준 / 韓, 중간에 끼어 덤터기 우려 / 구조 개혁으로 체력 길러야 미·중 무역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 이달 초 양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된 이후 한국과 중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중 양측이 끝내 평행선을 긋다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무역전쟁’이 본격화한다.

과거 미국 정부가 자국 시장을 잠식해 오는 나라들을 응징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무기가 무역보복 조치를 담은 미국 무역법의 ‘301조’다. 일본과 독일 등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자 미국은 이 조항을 ‘슈퍼 301조’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강화시켰다. 전후 미국의 지원으로 제조업 강국이 된 일본이 1970년대 중반 301조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 미국이 301조를 들이대며 팔을 비틀자 일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엔화를 평가절상할 수밖에 없었다. 엔화의 교환가치가 높아지면 일본 수출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일본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회복했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등극했다.
조남규 경제부장

그러자 미국은 1985년 영국, 프랑스와 손잡고 일본 엔화의 가치를 강제로 올려버렸다.(‘플라자 합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환율에 죽고 산다. 달러당 200엔을 넘나들던 엔화는 10년 뒤 100엔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수출 기업은 치명상을 입었다. 일본의 성장률은 6%대에서 2%대로 급전 직하했다. 일본이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동원한 저금리 정책으로 일본 자산 시장에는 대형 거품이 생겨났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이 조항은 존폐를 거듭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에서 부활했다.

무역전쟁이 재래식 전쟁이라면 통화전쟁은 핵 전쟁이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나라들을 무자비하게 응징해 왔다. 사사건건 싸우는 공화당과 민주당도 이 점에서는 초당적이다. 미국의 환율 함포는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위안화 절상 압박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플라자 합의 당시 일본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미국의 엔화 절상 압박에 굴복했다가 ‘잃어버린 20년’을 맞았다.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면서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도 일본은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방식으로 무역·통화 공세를 교묘히 피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미국이 휘청거리자 금융부문을 키우고 공격적인 위안화 세일즈에 나서면서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 경제 2위국으로 부상한 G2(주요 2개국) 중국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당장 올 11월에는 트럼프의 미래를 좌우할 미국 중간선거가 실시된다. 트럼프로서는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이 중국을 때리는 채찍으로 이용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제국의 영화를 되살리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공존이 불가능한 절대 목표다. 한때 미·중 공존을 상징하는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미국이 대중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대신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 국채를 사들여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워 준다는 미·중 공생 시나리오다. 지금은 중국이 미국의 무역 보복에 맞서 미국의 국채를 팔아치우는 시나리오가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신흥 강대국의 부상과 기존 패권국가의 두려움이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 가설을 시나리오로 쓴다면 트럼프와 시진핑만한 주인공을 찾기 힘들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향후 수십년간 지속될 장기전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쉽다. 미·중 모두 치명상을 각오해야 하는 전면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분간 무역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저강도 무역전쟁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미·중의 주요 교역국인 한국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는 그 예고편이었다.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체력을 길러놓지 않는다면 미·중 경제전쟁이 본격화됐을 때 한국이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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