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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불안? 남은시간 하나씩 준비하세요

입력 : 2018-07-03 21:09:08 수정 : 2018-07-03 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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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천국을 준비할…’ 펴낸 최성균 신부 /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 / 웰다잉, 인간관계·재산정리 등 넘어 / 자선·봉사활동·겸손한 삶 실천 의미 / 부족하다면 이제라도 채워가세요” 1990년 여름, 최성균 신부가 본 죽음은 끔찍했다. 폭우에 휩쓸려 간 용인천주교묘지에는 관과 시신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가족들은 그 참혹한 모습에 오열하고 있었다. 최 신부의 눈길은 50대 여성 것으로 보이는 한 시신에 꽂혔다. 시신의 오른쪽 엄지발톱에 칠해진 빨간 매니큐어가 눈에 들어왔고, “생과 사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그 괴리감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한다. 그는 신에게 물었다.

“하느님, 우리의 마지막이 꼭 이래야 합니까? … 아무리 흙에서 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까?”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죽음은 존재의 끝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이런 고민들이 깊어지면서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는 등의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죽음이 이와 같다면 ‘웰다잉’(well-dying·잘 죽기)이란 것에 의문이 생긴다. 웰다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유서 작성, 묘비명 직접 짓기, 관(棺) 체험, 장기 기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런 준비가 죽음의 당사자 본인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최 신부는 ‘잘 죽은 다음, 그다음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말이 없을까? 왜 그다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1981년 사제 품을 받은 최 신부는 2001년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업무를 시작했다. 2007년부터는 노인요양병원 등을 찾아 노인들의 복지와 영성의 깨달음을 돕고 있다.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혹은 코앞에 두기까지 한 노인들을 돌봐온 최 신부가 말하는 죽음이란 적나라하다. 그러나 종교인으로서의 그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죽음 이후가 어떠할지에 대한 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에세이 ‘아직 천국을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다’(사진)에 최 신부 나름의 답이 담겨 있다.

물론 그는 신을 이야기한다. 수마가 할퀴고 간 묘지에서 죽음의 허무를 떠올리며 최 신부가 내린 결론은 “죽음 앞에서 육신은 이렇게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이며, 죽으면 이렇게 비참하게 끝나는 것이지만, 내 영혼만큼은 육신을 떠나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허무한 이 세상에서 육신을 벗고 하느님 나라로 떠나는 희망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자신했다.

하느님 나라란 천국이다. 최 신부는 “저는 천국으로 갈 것을 확신합니다”라고 적힌 묘비명을 소개했다. 묘비명의 주인은 “그래서 저는 기쁘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슬퍼하지 마세요.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하니까요”라고 적었다. 최 신부는 웰다잉의 참모습을 여기서 읽어낸다.

“천국에 갈 것을 굳게 믿으며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남은 가족들에게 이 헛되고 헛된 세상을 떠나 하느님 곁으로 가기 때문에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웰다잉’이 아니겠는가.”

죽음을 잘 맞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것은 인간관계, 재산을 정리하는 등의 인간적인 준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기도’ ‘극기’ ‘자선’을 ‘겸손하게’ 실천했는지 하느님께 열어 보여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준비한 것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얼른 그 가방을 하나씩 하나씩 채워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노년의 삶이란 이것을 준비하는 것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노년의 삶이 아무런 희망도 의욕도 없이 병든 몸으로 그저 약에 의존해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남은 시간 동안 천국을 준비하며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우쳐 드리고 싶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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