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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이라도 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했어요.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아버지를 만나서 얼마나 기쁜지 이 마음을 아무도 모릅니다.”(아일라의 편지 중에서)

“고향에 모든 걸 두고 오라고 명령받았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때도 똑같군요.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습니다.”(슐레이만 하사)

지난달 19일 국내에 개봉한 ‘아일라’는 6·25 전쟁 통에 고아가 된 5살 소녀를 구한 터키 파병군인 ‘슐레이만’ 하사가 소녀에게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시작된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담은 실화이다. 아일라는 터키어로 달을 뜻한다. 슐레이만은 상관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일라를 영내에서 친딸 이상으로 보살핀다. 아일라를 보낼 곳이 없어 귀국도 미루다가 터키에 있는 애인마저 떠난다. 결국 아일라를 큰 가방에 넣은 채 귀국선에 몰래 태우려다 발각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이 영화는 지난해 터키에서 개봉해 500만 관객을 불러모았고, 터키 역대 관객수 6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사회 때는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격려사를 했고, 세종시 공무원들은 단체관람을 했다. 영화를 본 이낙연 국무총리는 “(터키에) 많이 고맙다. ‘아빠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뭐든지 한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산다’는 슐레이만의 말은 한국 아버지의 마음을 많이 울리는 말”이라고 밝혔다. 2010년 국가보훈처 유엔참전용사 방한 프로그램으로 초청됐던 슐레이만은 당시 방송을 통해 기적같이 아일라(김은자)를 60년 만에 재회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지난해 말 작고했다.

6·25 전쟁이 나자 유엔은 전 세계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때 미국 다음으로 전투병을 보내준 게 터키다. 터키군은 2만1212명이 참전해 966명이나 전사했다. 터키가 한국을 ‘칸 카르 데쉬(피를 나눈 형제)’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참전국 중 유일하게 ‘앙카라 학원’을 세워 640여명의 전쟁 고아도 돌봐줬다. 이 영화는 터키와 우리가 왜 ‘형제의 나라’인지를 잘 보여준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터키에 대한 고마움과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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