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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주주권 행사, 기대半 우려半 … “점진적 접근” 의견도

입력 : 2018-07-02 03:00:00 수정 : 2018-07-01 19: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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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시장 영향은? / 투자기업 의사결정 참여… 소송도 나서 / 부도덕 업체는 투자철회까지도 가능 / 전문가 “기관투자자, 전문성 등 미비 / 지배구조 개선 통한 이해상충 해소를” / 일각 “기업의 배당확대 기대감 커질것 / 정치권력·투기자본 개입 악용 소지도”
624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이번 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조용한 시장 참여자에 그쳤던 국내 최대 연기금이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자로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298개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정치권력이나 투기 자본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책임투자 강화하는 계기 될까

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월 말로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심의할 예정이며 이를 통과하면 즉시 시행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부분은 최소화하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는 지침으로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율 규범이다. 투자에서 재무적 지표 외에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를 하게 된다.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나 투자 철회까지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경영 참여나 의사표시에 소극적이던 국민연금이 앞으로는 공개서한 등을 통한 주주제안권 행사, 임시주총 소집요구, 사외이사나 감사 선임을 추천하고 위임장 대결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주주대표 소송이나 집단소송에도 먼저 나설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대한항공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난달 공개서한을 보내고 경영진과 면담하며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을 청와대가 선임하는 구조여서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해외의 주요 연기금처럼 별도 공사를 설립해 기금운용을 맡기는 방식으로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권 행사 경험이 부족해 인력, 전문성 등이 미비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주주관여정책에 대한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권 행사에 따른 이해상충을, 사적연금은 계열회사나 거래기업과의 이해상충을 해소할 수 있는 의지와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부실한 위험관리와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는 2010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처음 제정하고 2012년 9월에 개정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제정 이후 6개월간 영국의 증시(FTSE) 지수는 20.4% 상승했고 개정 이후 6개월간 12.7% 더 올랐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3%대에 머물렀던 배당수익률이 4% 중반까지 상향돼 투자가 활성화된 것이다. 일본에서도 2014년 4월 첫 도입 이후 닛케이225 지수가 6개월간 4.7% 상승했고 이후 1년간 26% 더 올랐다. 일본은 도입 이후 자사주 매입액, 배당성향, 배당수익률이 증가해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됐고 사외이사 비중도 늘었다.

◆어떤 종목들 우선 대상이 될까?

증권업계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시작되면 기업의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SK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298개 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3년 연속 순이익 흑자를 냈으면서도 3년 연속 배당을 하지 않은 종목이 배당을 시작하고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종목은 현대미포조선, 대한해운, 후성, 덕산네오룩스, 원익머트리얼즈, AJ렌터카, 대양전기공업, 팬오션, 제이콘텐트리, 원익QnC, NHN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언급된다. 또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하고 3년 연속 순이익 흑자를 낸 기업 가운데 3년 연속 배당성향이 10% 미만인 기업들도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대림산업, 신세계, 현대리바트,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네이버, 사조산업, 태영건설,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송원산업, 경동나비엔, 화승인더, 영원무역홀딩스, 이오테크닉스, 넷마블이 해당 종목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등을 통해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를 건의할 수 있어 배당 확대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기업의 경영권 승계 작업 등도 오너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주주의 입장이 대변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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