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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그대의 피사체가 아니다"…페미굿즈 1000만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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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30 20:00:00 수정 : 2018-06-30 17: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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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분명한 범죄라는 ‘인식 개선’이 절실합니다.”

30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학생 단체 ‘렛미아웃’(LET ME OUT)의 팀장인 김재원(23)씨를 만났다. 렛미아웃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3주 만인 30일 현재 모금액 1000만원을 돌파했고 후원자 수도 600명을 훌쩍 넘겼다. 소소하게 30만원의 목표금액으로 시작했던 터라 이미 3621%의 엄청난 후원률을 달성했다. ‘나의 사랑은 그대의 피사체가 아니다’는 문구를 담은 에코백과 네임택을 판매하는 이 펀딩은 다음달 9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4월 20대 미혼모를 지원하기 위한 펀딩을 진행한 바 있는 렛미아웃 팀은 서울 시내 대학생 5명으로 구성됐다. 학교와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향점이 일치했다. 이번 프로젝트 후원금은 에코백과 네임택 제작비, 배송비를 제외한 순수익 40%를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예방을 위해 설립된 단체인 DSO(Digital Sexual Crime Out)에 기부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학생 팀 ‘렛미아웃’. 팀장인 김재원(23)씨를 비롯해 김수빈(23), 김하늘(20), 원종찬(26), 손예지(24)씨 등 5명이 함께하고 있다. 렛미아웃 제공
◆왜곡된 성 인식 개선 공감대 확산돼야

렛미아웃의 팀장 김재원씨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시기적으로 몰카 범죄 등이 많이 터지다 보니 적절히 필요했던 언급이었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받은 배경을 분석했다. 프로젝트 취지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단 영상이 올라오는 이상 완전히 없애기 힘든 구조적 한계를 볼 때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판단이다.

촬영하는 사람만 범죄자가 아니라 ‘유포하고 시청하는 행위도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 확산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왜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날까, 왜 볼까를 고민했다”며 “이성의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왜곡된 성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매년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는 약 8000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찍는 사람만 가해자가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는 ‘유포형 가해자’, 직접 촬영에 참여하거나 유포형 가해에 이용된 게시글에 모욕성 댓글을 다는 등 ‘참여형 가해자’, 디지털 성폭력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수익구조를 발생시키는 ‘소비형 가해자’ 등 가해자 유형은 다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가볍게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피해자와 이를 소비하는 가해자 모두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나르지 않으면 유포될 일 없고, 유포돼도 보지만 않으면 피해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투’ 계기로 기형적 사회구조 인식…남성들 페미니즘 관심도 높아져

김씨의 경우 올해 초 군대 전역 직후 시작된 ‘미투 운동’을 보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전까지는 깊은 생각을 안 해 보다가 미투 운동을 계기로 생각보다 기존 사회가 ‘기형적’이었고,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졌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상담사로 일한 부모님의 권유로 미혼모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번 디지털 성범죄 근절 프로젝트는 이들의 두 번째 펀딩 기획이며, 미혼모 프로젝트는 곧 시즌 2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팀에 남자가 포함돼 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는 김씨는 “남자 멤버들이 있지만 모두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면 잘 이해하고 후원해주셨다”며 “주변 남자 지인들도 이 이슈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더라”고 말했다. 남자도 페미니즘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고, 그동안 짚어보지 못했을 문제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미혼모 펀딩 때도 남성들이 약 10%가량 구매했을 정도로 양성 모두에게 인식 개선의 움직임은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김씨는 “여성을 겨냥한 팔찌였는데 남성들도 구매하는 것을 보며 많이 변화한 것을 느꼈다”며 “이번엔 좀 더 중성적인 에코백을 기획한 만큼 남성 비중이 좀 더 늘어났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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