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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등진 국제사회…IOM 사무총장 선거서 美후보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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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30 01:41:04 수정 : 2018-06-30 0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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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국제사회의 반감이 커지면서 29일(현지시각)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 선거에서 미국 후보가 낙마했다. 창설 이후 70여년간 미국이 독점하다시피 한 자리에서 3위로 중도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IOM은 이주자 보호와 권리 증진을 추구하는 정부 간 기구이다. 172개국이 가입한 이 국제기구는 유럽 이주자 위기가 한창인 2016년 유엔에 편입됐다.

생각에 잠겨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IOM은 그동안 미국인이 사무총장을 맡는 게 관례처럼 받아들여졌다. 1951년 설립 이후 1961∼1969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인이 사무총장을 지냈다. IOM에 예산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지만 ‘이민자의 나라’라는 상징성도 미국의 독점적 지위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후보인 켄 아이작스는 결선투표에 진출도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아이작스는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 부회장을 지낸 인물로 트럼프 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출마했다.

지난 2월 IOM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아이작스는 반무슬림 성향의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던 게 드러나면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 때 가톨릭 주교가 CNN 인터뷰에서 “이슬람 신앙인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코란을 읽어보면 이슬람교가 신자에게 시키는 일이라는 걸 알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슬람이 평화의 종교라면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 앞에서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반대하면서 미국을 위해 행진하는 무슬림 200만 명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본적이 없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기후변화 이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자연재해로 인한 이주자 문제도 다루는 IOM의 수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비공개로 이뤄진 선거에는 172개국이 투표권을 갖고 있었는데 아이작스를 포함한 세 명의 후보를 놓고 예선투표만 세 차례 벌어졌다. 표가 엇갈리면서 결선투표에 오를 후보 2명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아이작스가 세 번째 투표에서 탈락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불법 이민자들을 자녀와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했다가 안팎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철회한 것도 이날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트럼프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서 탈퇴하고 세계무역기구(WTO)도 탈퇴할 것처럼 언급하는 시점에서 미국 후보에 대해 ‘맹렬한 거부감’을 회원국들이 나타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정부 때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낸 케이스 하퍼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힘과 권위, 명망이 소멸되는 또 하나의 사인이다”라고 비판했다. 마크 헤트필드 미국 히브리이민자지원협회(HIAS) 회장은 “켄은 훌륭한 인도주의자”라며 “이번 선거는 켄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국인 혐오, 무슬림 혐오, 고립주의를 비판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선거에서는 포르투갈 출신 안토니우 비토리노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결선투표 격인 네 번째 투표에서 코스타리카 후보이자 현 부사무총장인 로라 톰슨의 양보로 새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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