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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병역거부 제재 완화… 다음 '타깃'은 국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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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8 10:25:15 수정 : 2018-06-28 09: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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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3)씨는 1995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취득한 이른바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남자인 A씨는 우리나라 병역법에 따라 2013년 1월 제1국민역에 편입됐다. 현행 국적법 12조 2항은 ‘남성은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병역 의무를 해소한 후에야 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A씨는 미처 이 규정을 몰랐는지 2013년 3월 말까지도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병역 이행·국적 이탈 연계시킨 국적법

결국 A씨는 한국에 가서 군에 입대하거나 아니면 군복무 면제판정을 받는 등 병역의무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국 시민권을 선택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화가 치밀어 오른 A씨는 “한국의 현행 국적법이 국적을 이탈할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15년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해당 국적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5명은 다수의견에서 “법대로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A씨가 잘못한 것”이라며 “국적 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재판관 4명은 소수의견에서 “A씨는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고 한국 국민의 권리를 향유한 바 없으며 한국에 대한 진정한 유대 또는 귀속감이 없이 단지 혈통주의에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뿐”이라며 “국적법을 지키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소명되면 국적 이탈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28일 종교적 병역거부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선고하는 가운데 A씨처럼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어쩌다’ 한국인이 된 남성들의 병역문제 해소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외에서 출생한 후 국내와 왕래도 거의 없이 국외에만 장기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 중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국적 포기 시기를 놓쳤다가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사람 구실’ 못하게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이탈 시기 놓쳤다가 취직도 못해

A씨처럼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B씨는 ‘18세 되는 해의 3월 말’로 규정된 국적이탈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현지 사관학교 입학과 공직사회 취업을 제한당하자 한국 정부에 시정을 하소연하는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재외동포사회는 A씨나 B씨와 같은 사례를 들어 ‘국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에 제정된 국적법은 그동안 총 14회에 걸쳐 개정되었다. 다만 병역의무자의 국적이탈 제한 등에 관한 조항은 2000년대에 개정이 이뤄지고 나서 이미 상당한 시일이 지났다.

법무부는 현행 국적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고치는 과제를 논의하고자 ‘국적제도개선 자문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비록 합헌이 되긴 했지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으로 합헌(4명)보다 오히려 많았던 헌재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국적제도와 관련 정책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TF의 목적이다.

TF에는 국적 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대학교수, 변호사, 병무청 및 재외동포재단 관계자가 참여한다. 지난 11일 1차 회의를 열고 국적이탈, 국적상실제도의 개선, 국적유보제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법무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익과 인권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국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앞으로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각계각층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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