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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갹출한 5만원 어디에"… 교수사회 뒤흔든 대학원생의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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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8 06:16:00 수정 : 2018-06-27 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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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스토리-국책 연구비 사용 공방ⓐ] 공방 안팎
“나에게서 갹출한 돈 5만원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서울 유명 사립대 A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한 대학원생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학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 대학원생은 신문 기고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국가 예산으로 나온 해외 학술대회 참가 연구비 일부를 연구 사업단이 교통비를 명목으로 걷었고 실제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대 연구 사업단 측은 대학원생의 기고가 신문에 실리자 이를 반박하는 글을 같은 신문에 실었고 대학원생이 다시 SNS를 통해 재반박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학원생과 연구사업단이 자신의 주장과 반박을 신문 등을 통해 공개 주장하며 맞서자 공방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SNS에 오른 글은 관련 학계에 퍼지며 200회가 넘게 공유됐고 “진실을 밝혀라”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갹출한 5만원은 어디에?…“영수증 보여달라”

박사과정을 수료한 대학원생 허진(35)씨는 지난해 11월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는 국책사업인 ‘BK21(두뇌한국) 플러스연구’ 참가 대학원생으로 일본 대학의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허씨는 2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연구재단이 대학원생들에게 각각 100만원대의 해외학술대회 참가비를 지급했는데, 연구 사업단이 제가 받은 100만원 중 5만5000원을 갹출하라고 해 응했다”고 말했다.
연구 사업단은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택시 렌트비 및 기타사용’이라는 명목으로 5만 5000원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내 5명의 대학원생에게서 27만5000원을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택시비는 학생들에게 갹출한 돈이 아닌 학교 법인카드로 결제됐고, 이에 허씨는 갹출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허씨는 “일본의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한 왕복택시비는 한 교수가 학교 법인카드로 결제했다고 다른 교수에게서 들었다”며 “일본 호텔방에서 교통비를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교수는 거절했다”고 전했다

허씨에 따르면 올해 4월 있었던 학술대회 때에도 5만원 갹출은 이어졌다고 한다. 즉 지난 4월 같은 사업의 중국 학술대회 발표자로 선정된 허씨는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식비 52달러(당시 한화 5만 6680원)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는 “중국 현지 물가를 고려해 봐도 세끼 식사에 5만 6680원이나 드는 게 너무 많은 비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수증 처리를 해주시고 학회 끝나고 난 뒤에 그 비용을 공개하라고 (연구교수에게)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교수는 영수증 처리에 대해 난색을 표했고, 허씨는 지난 18일 ‘교수신문’과 SNS에 ‘5만원의 나비효과’라는 글을 올려 이를 문제제기했다. 그는 “연구비 오남용이나 유용의 사례는 대학원에 셀 수 없이 많다”며 “사업단이 국제 학술대회에 갈 때 약 5만원씩 걷은 것이 본질적으로 위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사업단 “5만원은 공동 경비로 사용했다” 반박

A대 연구 사업단 측은 허씨의 기고가 신문에 게재되자 지난 22일 ‘5만원의 나비효과, 그 악의적 비방에 답하여’라는 제목의 반박기고문을 해당 신문에 게재했다.

연구사업단 측은 반박기고문에서 “허씨가 문제 삼은 5만원은 국고에서 지출되는 돈으로 항공료, 숙박비, 교통비, 식비는 모두 국고에서 지출하되 개인별로 분할 지급한 후 각자 결제토록 안내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항공편과 숙소는 공통으로 조정해 제각기 같은 금액을 결제하게 되는데 교통비, 식비, 일비 역시 대개 공동으로 일정을 진행하게 되므로 일정한 금액을 걷어 공동경비로 사용한다. 5만원은 공동 관리하는 몫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사업단 측은 이어 “대학원생 1인은 학술대회 외 일정 진행 시 단독 행동할 뜻을 밝혔으므로 허씨를 포함한 그 밖의 인원 6인이 국고에서 지원받은 경비 중 각각 5000엔, 즉 5만원씩을 갹출했다”며 “공동 경비 3만엔은 교통비, 식사대, 간식비 등으로 총 5만510엔을 지출했다. 차액 2만 510엔은 견학에 동행한 인솔 교수가 개인의 사비로 지출했고 5만 510엔의 지출 내역에 공항-숙소 이동 택시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허씨 재반박 “투어비에 사용했다 들어”

허씨는 이에 지난 23일 SNS에 재반박문을 올려 “왜 자율적으로 지출하는 것이 원칙인 국고에서 나온 세금을 사업단이 걷어 공동으로 관리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출처가 불분명한 곳에 돈을 내라는 것이 사업단의 권한을 오남용한 것이고, 사업단이 밝힌 원칙에 배치되는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K21플러스 관리∙운영 지침에 따르면 연구장학금은 일괄관리를 금지하고 있다.

허씨는 일본 학술대회 중 이뤄진 ‘투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업단은 지난 4월 11일 대학원 총학생회 및 교수, 사업단장, 내가 함께한 자리에서 그 공동경비가 일본에서의 투어비로 사용됐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대학 학생들과 간다든가하는 친목도 아니었고 교수와 학생들이 신주쿠, 아사쿠사 등을 다닌 것으로 안다”며 “학술과 연관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그러면서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에 나오는 ‘BK21플러스 부적정예산집행 사례집’을 보면 ‘3장 사업비 집행 관련 주요 위반 사례’의 국제화 경비 부분에 ‘해외 대학 현장 방문’, ‘국제학술대회 출장시 학회 외 일정에 대한 사업비 지원’이 부적정예산집행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사업단은 국고에서 나온 돈으로 투어비를 쓴 것이 적합한 연구비의 사용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허씨는 공개 문제제기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5만원 사용내역을 물어봤다가 ‘SNS에서 사업단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중국 학술대회 참가대학원생에서 배제됐다”며 “나는 악의적 비방을 한 적이 없으며 연구비 사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단 측 “얘기할 게 없어”...연구재단 “학술 없는 투어는 부정집행”

세계일보는 허씨의 문제제기에 대한 사업단 측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제대로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해당 사업단의 연구교수는 지난 26일 허씨의 문제제기한 일본 학술대회 출장 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당 사안에 대해 얘기할 게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BK21플러스 국제학술대회 연구에 지원하는 항공료, 숙박비, 교통비, 식비, 일비 등은 공무원 규정에 준용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중 자율적으로 사용가능한 일비는 하루 2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국제학술대회 중 투어에 대해 “단순 투어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학술목적인 투어는 가능한데 학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학탐방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장 중 사용한 영수증은 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자체 정산을 하고 문제가 있을시 자체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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