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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기자의 피로프! 피로프!] 中 잔치된 월드컵 … 그래도 인류애 넘친다

입력 : 2018-06-27 18:40:00 수정 : 2018-06-27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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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 협찬·광고비 1조2000억원 / 4만명 몰려 전광판 중국어로 도배 / 땀과 열정의 상징 대회 변질 우려
한중일 아시아 스포츠 ‘3룡(龍)’ 중에서 중국은 유일하게 2018 러시아월드컵에 초대 받지 못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동양인은 다름 아닌 중국인입니다. 14억명 인구의 저력이라 볼 수 있지만 ‘불청객’치고는 너무 넘쳐 납니다. 한 유명 한식당에는 “하오츠!(好吃·맛있다)”를 외쳐대는 중국인 단체 관람객뿐 아니라 그들을 위한 전용 안내 책자까지 비치돼 있더군요.

“러시아 월드컵에 중국은 대표팀 빼고 나머지 모두가 갔다.” 중국중앙방송(CCTV) 앵커인 바이옌 쑹이 한 말인데 과장됐지만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이번 대회는 20개 협찬사 중 7곳이 중국 기업이고, 중국이 투자한 협찬비와 광고비를 합치면 무려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넘습니다. 이 때문에 그라운드 전광판이 중국어로 도배된 데다 중국팬 4만명도 러시아에 몰렸습니다. 중국팬 쳰 싱춘(52)은 “말은 통하진 않지만, 어딜 가나 중국어가 있어 월드컵의 진짜 주인이 된 기분”이라며 의기양양합니다. 자본이 잠식한 월드컵의 씁쓸한 단면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6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을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린 점도 중국을 참가시켜 ‘물량 공세’의 혜택을 보겠다는 속셈이 큽니다.

비록 땀과 열정의 상징이던 대회가 변질되곤 있지만, 월드컵의 순기능은 여전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중심가 넵스키의 코누셴나야 광장에는 팬들의 공식 응원공간인 ‘팬 페스트(Fan fest)’가 마련됐습니다. 대형 브라운관을 통해 중계되는 경기 결과에 따라 울고 웃지만, 이곳에는 순수한 감정만 있을 뿐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반목과 전쟁은 없습니다.

주변 국가 내전에 자주 연루돼 골치인 이란과 세네갈, 국가경제 파탄에 고통 받는 이집트 사람들도 여기서만큼은 국기를 흔들며 한데 뭉칩니다. 한 러시아팬이 같은 조별리그 A조에 속한 이집트팬에게 “살라흐, 원 골(One goal)”이라고 소리칩니다. 러시아와의 2차전서 이집트 에이스인 무함마드 살라흐(26)가 분전했지만, 1-3으로 패한 것을 두고 놀리는 것이죠. 하지만 양국 팬들은 서로가 씩 웃고 맙니다. 마땅히 즐겨야 할 축제인 월드컵 앞에서 다툼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셈이죠.

월드컵 개최국을 평화가 넘치는 ‘작은 지구촌’으로 만드는 건 스포츠의 힘입니다. 우리는 길거리 어디서나 국적에 관계없이 서로를 격려했던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죠. 월드컵의 맥이 끊기지 않는 한, 일부 강대국이 대회를 장악해 순기능마저 해치는 일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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