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7일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에서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에 쿼터(할당)가 설정된 이후 쿼터 대상품목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추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을 2015∼2017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에 합의한 바 있다. 무역협회는 “올해 1∼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14억6000만달러로 오히려 작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월별로 보면 쿼터 적용 품목의 대미 수출은 2018년 3월부터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하고 있는 ‘수입차 관세폭탄’마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이 실현되면 연간 85만대(약 15조5500억원어치)에 달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이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백 장관은 미국의 정·재계 주요인사 면담에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지난달 23일 조사를 개시한 ‘수입차와 부품의 국가안보영향’에 대해 우리측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우리 수출이 지난해 대비 5.5% 증가한 6050억달러, 수입은 11% 늘어난 5310억달러를 기록해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 6.4%에서 하반기에는 4.6%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단가 상승세 둔화와 지난해 집중됐던 선박 수출 인도 및 반도체 호황 등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 단일 품목으로는 최초로 연간 수출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대규모 메모리 투자에 따른 생산 본격화와 수출 호황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 41.8%에서 16.6%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호무역, 환율 및 금리 변동성 확대 등 단기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철강·화학·섬유 등 소재·부품 산업 고부가가치화,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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