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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법원, 검찰 수사 무조건 협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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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6 23:49:26 수정 : 2018-06-26 17: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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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 재판 관여 논란 심화 / 내부 수습 못하고 외부 칼 빌려 / 한 점 의심도 남기지 않으려면 / 컴퓨터 하드 등 일체 자료 줘야 ‘……“그것 봐라”며 판사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보고 여부까지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진다. 법원별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잇달아 열린다. 법원 자체 해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사라진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지난 3월6일자 본지에 실은 필자의 칼럼 일부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지난 2월부터 시작된 3차 조사 이후를 그려본 것이다. 특별조사단이 법원행정처 컴퓨터 4대를 재조사하기로 결정한 직후였다. 5월25일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전개된 상황은 이와 거의 흡사하다. 김 대법원장의 고민은 이미 끝났다. 사법부가 직접 고발하지는 않더라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으로 결론 났다.
박희준 사회부장

결국 검찰의 칼을 빌리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를 맡았다. 특수1부가 어떤 곳인가. 검찰 내 최고 수사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주로 권력형 비리를 다룬다.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이곳을 거쳐 갔다. 향후 검찰 수사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예상대로 검찰 칼날은 법원의 치명적인 곳을 향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관련자들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업무추진비 내역, 메신저 및 이메일 내역, 관용차 운행일지 등에 대한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법원 내부 사정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다.

법원도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어제 법원은 검찰이 요청한 자료 중 일부만을 선별해 제출했다고 한다. 하드디스크는 의혹과 관련 없는 공무상 비밀이 들어있다는 등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수집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재요청 의사를 밝혔다.

법원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 결과다. 법원 내 진보성향의 학술모임 축소시도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바뀌더니 곧 ‘사법 농단’, ‘재판거래’ 의혹으로 커졌다. 3차 조사 결과를 보면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다소 무리한 일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특별조사단의 결론은 분명하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 진행과정에서 사법행정이 재판에 관여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거래’는 무서운 말이다. 뭔가 주고받는 게 거래다. 상고법원을 설치해 줄 테니 판결을 정권에 유리하게 해 달라는 게 재판거래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헌법 위반 사안이다. 재판거래가 이뤄지려면 행정처 관계자들이 재판부에 특정 사건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다고 믿는 판사가 몇이나 될까. 행정처 관계자 주문을 고분고분 따라서 판결해 줄 판사가 있을까. 판사들은 외부에서 의견이 들어오면 들어주나. 판사의 양심이라는 게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재판거래라고 주장하는 그들은 2015년 11월19일 행정처가 만든 문건을 흔들어댄다.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이라는 대외비 문건이다. 사법부가 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한 사건으로 20건이 거론돼 있다. ‘휴일근로수당 중복 할증 사건’을 제외한 19건은 이미 문건을 만들기도 전에 재판이 끝난 것들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거래용 재판취합’이다.

김 대법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내부 수습으로 가닥을 잡을 기회는 있었다. 1차 진상조사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졌으니 그렇다고 치자. 기호지세(騎虎之勢) 속에 대법원장에 취임했으니 지난해 11월 재조사를 결정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잡아먹힐 각오 없이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 지난 1월 2차 추가조사위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 청와대 개입은 없었다”고 했을 때 결단했어야 한다. 이를 놓쳤더라도 안철상 행정처장이 주도한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수습에 나섰어야 한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법원은 검찰 수사에 무조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최대한’이 아니다. 검찰이 압수수색하겠다고 나서면 영장을 발부하고 법원 문을 열어젖히고 컴퓨터를 내줘야 한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미심쩍은 구석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그들은 검찰 수사결과 자체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특별검사 도입까지 거론될지 모를 일이다.

박희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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