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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미래다 - 그린 라이프] 한국, 식량원조 수혜국서 지원국가로… 기아 해결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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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6 03:00:00 수정 : 2018-06-25 16: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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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헝거’ 모범사례 손꼽히는 한국 우리 쌀 1만8000t을 실은 배가 전남 목포항을 떠난 지 20여일 만인 지난 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 뭄바사항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뜨거운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식량 원조를 받던 최빈국 한국이 ‘식량원조 공여국’으로서 쌀 원조를 본격화하는 순간이었다.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중 두 번째 목표인 ‘제로 헝거(Zero Hunger·기아 없는 세상)’의 모범사례로 한국이 손꼽힌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6일과 20일 목포항과 전북 군산항, 경남 마산항에서 총 쌀 5만t(460억원 상당)을 선적해 뭄바사항, 예멘 아덴항에 보냈다. 이는 한국이 식량 원조에 나선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쌀 5만t은 아프리카 지역 기아인구 약 100만명이 6개월간 먹고살 수 있는 양이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지난 3월 베트남 꽝남성 다이록에서 태풍 이재민들에게 쌀을 전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이 쌀은 기아 문제가 심각한 예멘(1만7000t), 에티오피아(1만5000t), 케냐(1만3000t), 우간다(5000t) 등 4개국에 지원된다. 정부는 우리 쌀이 현지 주민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해상·현지운송, 배급, 관리·감독 등의 업무를 WFP에 위탁했다.

이로써 한국의 원조규모는 식량원조협약(FAC) 가입 16개국 중 미국, 유럽연합(EU) 등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WFP 국가별 공여액 순위는 이번 원조로 18위가 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예상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한국의 이번 5만t 쌀 원조 결정과 관련해 “WFP에 (원조를) 의존하던 나라가 이제 WFP의 가장 강력한 협력국 중 하나가 됐다”며 “이는 WFP에서 우리가 모두 열망하고 있는 특별한 본보기”라고 밝혔다.

이처럼 식량원조 수혜국이 공여국으로 바뀐 사례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이 1945년부터 1970년대 말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원조 총액은 44여억달러로, 이는 연평균 국민총생산(GNP)의 12%, 연평균 총수입의 73%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한국 한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 더 많은 원조를 받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으로 한국은 1995년 세계은행 차관을 졸업했고, 2000년에 개발원조위원회(DAC) 수혜국 목록에서 제외됐다.특히 수혜국 신분을 벗어난 지 17년 만인 지난해 5월 한·중·일과 아세안의 역내 쌀 비축기구인 애프터(APTERR)를 통해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 쌀 750t을 보내면서 ‘식량원조 공여국’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지난 3월에는 태풍 피해를 본 베트남에 1만t의 쌀을 보냈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1월 일시적 원조가 아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식량원조 수행을 위해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했다. FAC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인도적 목적의 식량을 지원하는 국제협약이다. 회원국들은 연간 총 30억달러 규모를 약정하고 이에 따른 식량원조를 이행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매년 5만t의 쌀 원조를 이행하면 국내 쌀 수급관리 개선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보관 중인 쌀 재고량(양곡년도 말 기준)이 186만t에 달하는 등 쌀 과잉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우리 쌀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인구를 돕고 나아가 수혜국과의 교류협력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쌀 수요 감소로 매년 발생하는 20만~30만t의 잉여 쌀을 원조함에 따라 국내 쌀 수급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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