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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빛과 그림자] 업종·근로별 지침없이 6개월 유예만… 시장 여전히 혼란

입력 : 2018-06-24 18:51:36 수정 : 2018-06-24 21: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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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충분한 준비 없이 밀어붙이는 정부 / 오락가락 정부정책 / 발표 직전까지 계도기간 도입 반대 / 임금감소 등 비판여론 높자 급선회 / 현장지원 대책도 지난달에야 내놔 / 혈세로 땜질 처방 / 신규채용땐 인건비 지원 20만원 인상 / 선제적 단축 기업 정책자금 우선 지원 / 당근 제시 급급… 경제효과 연구 외면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6개월 유예됐다고 혼란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임시 처방을 내놨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결국 6개월 뒤에는 똑같은 혼란이 다시 발생할 걸요.”

한 대기업 간부는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이 유예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준비 안 된 정책이라는 점을 자인한 셈”이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당초 다음달 시행 예정이었던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최장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됐지만,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제 효과 연구는 물론 업종·근로 형태별 기준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혼란 커지자 6개월 계도… “또 임시방편”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유예와 관련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발표 직전까지 유예 기간 도입에 반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지난 18일 정부 측에 6개월 계도 기간을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했지만 “달라질 게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앞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하는데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여당 내에서조차 유예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시행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난 2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된 이후 정부는 4개월가량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시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과 근로자의 임금 감소 문제가 동시에 촉발됐다. 정부는 지난달에야 기업·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근로시간 산정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은 커져갔다. 정부는 지난 11일에야 근로시간 기준과 사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이를 산업현장에 정착시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결국, 당정청은 지난 20일 한자리에 모여 근로시간 위반 단속에 6개월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했다. 뒤늦게 유예기간이 발표되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해온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재계 반발로 노동시간 단축에서 사실상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시행 열흘을 앞두고 갑자기 계도기간을 꺼낸 것은 정부가 법 시행 준비를 태만히 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땜질되는 주 52시간 근로제

정부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노동 현장에서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한편 노동시간 단축의 조기 정착을 유도해 제도 시행의 취지를 살려가겠다는 취지다.

우선 정부는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확대 시행한다. 이 사업은 노동시간을 줄여 채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신규 채용 노동자의 인건비와 기존 노동자의 임금 감소분을 정부가 일정 기간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다음달 1일부터 주 52시간 노동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신규채용 노동자 1인당 인건비 지원금이 월 4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인상된다. 2020년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법정 시행일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선제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면 신규 채용 1인당 지원금은 월 최대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지원 기간은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각각 늘어난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 등 다양한 고용 장려금도 확대 지급한다. 노동시간을 선제적으로 줄인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조달 시 가산점을 주고 정책자금도 우선 지원하는 등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노동시간 단축 뒤 기업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련 컨설팅 지원도 확대한다.

이번에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사회복지서비스업, 연구개발업, 방송업 등 21개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 표준 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이들 특례제외업종은 대부분 50인 미만 기업으로 2021년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의 적용을 받는다.

아울러 2주 또는 3개월의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한도에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산업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에서다. 우리나라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하반기 실태조사를 거친 뒤 개선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는 주당 노동시간이 1% 감소할 때마다 산업재해율은 3.7%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은 0.79%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노동시간 단축이 안착되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들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최소 6.9시간 감소하고, 14만1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안용성 기자, 김준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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