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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사이드웨이 주인공은 왜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를 싫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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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3 13:29:59 수정 : 2018-06-23 13: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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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오크 숙성·젖산발효 포도 풍미 잃어
너무 짙은 화장 자연미 사라지고 인공미만 남아
산타바바라에서 부르고뉴 스타일로 빚는 산디
영화 사이드웨이 포스터
이혼한 뒤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영어 교사 마일스(폴 지어마티), 3류 배우 잭(토머스 헤이든 처치). ‘절친’인 이들은 잭의 결혼을 앞두고 ‘총각파티’를 겸해 도심을 벗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마을로 여행을 떠납니다. 와인의 향기가 코로 느껴질 듯 아름다운 포도밭 풍경과 함께 펼쳐지는 영화는 한번쯤 ‘옆길’로 새는 여유도 필요함을 공감하게 만드네요. 2004년 개봉된 ‘사이드웨이(Sideways)’입니다. 와인 시음 방법과 유명 와인들이 등장하고 와인이 삶을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주고 풍부하게 만드는지 잘 그려내 와인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교과서’로 여겨지는 영화죠. 
소설가를 꿈꾸는 와인마니아 마일스에게는 아주 특별한 순간에 마시려고 아껴둔 와인이 하나 있답니다. 바로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을 대표하는 최고급 레드 와인 샤토 슈발블랑(Chateau Cheval Blanc) 1961년산. 그는 여행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단골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 마야(버지니아 매드센)와 데이트를 즐기는데 와인 양조를 공부하는 마야는 “당신이 1961년산 슈발블랑을 따는 그날이 바로 특별한 순간”이라는 명언을 남깁니다. 영화 끝무렵 마일스는 그렇게 아끼던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슈발블랑을 햄버거 가게에서 종이컵에 따라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으며 마셔버립니다. 그리고 전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마야에게로 달려갑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그날이 그에게는 특별한 순간이겠죠.
샤토 슈발블랑 1961
마일스는 영화에서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를 만드는 양조방식을 싫어한다. 오크를 너무 과도하게 쓰고 젖산발효까지 하기 때문”이라고 질타합니다. 실제 캘리포니아는 토양이 비옥한 데다 강렬한 태양 때문에 포도가 과숙해 알코올이 높은 와인이 빚어집니다. 더구나 생산자들이 오크향을 너무 강하게 써 캘리포니아 와인은 너무 ‘오키(Oaky)’하다고 말합니다. 오크는 일종의 화장으로 너무 과하면 포도가 지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이 사라지고 나무향만 남게 됩니다. 또 젖산발효를 하면 날카로운 자연적인 산도가 마시기 좋게 예쁘고 둥글게 다듬어집니다. 마일스는 캘리포니아 샤도네이가 화장을 너무 짙게하는 바람에 자연미는 사라지고 너무 인공미만 남은 점을 꼬집은 겁니다. 더구나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품종은 너무 잘 익으면 당도가 높아 알코올이 강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떼루아의 독특한 요소들이 알코올때문에 꽁꽁 감춰져 제대로 느끼기 어렵게 된답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에서 강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우아하고 섬세한 와인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답니다. 
산타바바라 카운티 산타 리타 힐스 위치
산디 포도밭 전경. 출처=홈페이지
이런 캘리포니아 와인의 단점을 극복한 곳이 영화속 주인공들이 찾은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가 산타바버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 입니다. 나파밸리보다 더 아래쪽이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안개 덕분에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서늘한 기후가 유지되는 곳이랍니다. 튀니지와 같은 위도여서 강렬한 태양의 지배를 받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계곡을 따라 들어오는 안개가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가 산도를 움켜쥘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든답니다. 특히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 뛰어난 산도와 미네랄을 지닌 포도를 얻을 수 있답니다. 
산디 와인들

이곳에서 부르고뉴 스타일로 와인을 빚는 생산자가 산디(Sandhi)입니다. 2010년 설립돼 역사는 짧지만 산디는 지나치게 숙성된 맛과 알코올, 오크향 등 과장된 요소들은 떼루아를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양조철학을 고수하며 미네랄과 산도가 매력적이고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디의 와인메이커이자 오너인 사시 무어맨(Sashi Moorman)씨가 최근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스타 소믈리에이자 와인메이커 라자 파르(Rajat Parr)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그를 서울 강남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산디와 도멘 드라 꼬뜨(Domaine de la Cote), 피에드라사씨(Piedrasassi) 소유하고 있습니다. 산디와 도멘 드라 꼬뜨는 크리스탈와인에서 수입합니다.

그는 왜 떼루아에 집중할까요. “와인 잔 속에는 반드시 포도가 자란 장소가 투영돼야 해요. 포도가 지닌 활력, 신선함, 에너지를 한잔의 와인 속에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천연 효모만 사용하고 피노 누아는 줄기째 발효해 와인의 복합미를 잘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답니다”. 

산디는 특히 산타바바라 카운티 지역 토양 특징인 미네랄을 와인에 잘 녹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래전 대륙이 이동할때 나파밸리는 바다의 지각판이 아래로 들어가 산 토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산타바바라는 바다의 토양이 산 토양 위로 올라와 라임스톤과 비슷하지만 석영 토양이 좀더 강한 실리카 토양으로 이뤄져 미네랄이 매우 풍부합니다. “나파밸리와 소노마는 화산 모래가 섞여있어서 영양분이 굉장히 많아요. 덕분에 파워풀한 포도가 잘 자라고 송이도 굵어지죠.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라는 이유에요. 그런데 토양의 영양분이 과다하면 포도는 살이 찝니다. 비옥하고 물 많은 지역은 와인도 강렬해 질 수 있어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 메를로 품종이 잘 어울리죠. 반면 피노 누아는 이런 토양을 싫어합니다. 산타바바라는 땅 아래 물도 찾기 어려운 척박한 토양이에요. 토양이 비옥하면 포도가 크게 자라는데 알이 크면 와인에 적합하지 않죠. 알이 작을수록 집중도가 좋고 스킨에서 다양한 성분을 많이 추출 할 수 있어요. 척박하면 포도알이 작아져 양조에 좋은 포도를 만들 수 있답니다”. 
샌퍼드&베네딕트 빈야드 출처=홈페이지

산타바바라 카운티는 산타마라아 밸리(Santamaria Valley), 산타 리타 힐스(Santa Rita Hills), 산타 이네즈(Santa Ynez) 등이 유명합니다. 산디는 특히 산타 리타 힐스의 샌퍼드&베네딕트(Sanford & Benedict) 빈야드를 소유하고 있는데 1971년부터 포도가 생산된 샌타바버라 카운티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피노 누아 산지입니다. 캘리포니아의 5대 빈야드로 꼽히는 곳으로 산타 리타 힐즈의 남동쪽 코너에 북향으로 자리잡아 서늘한 기후가 잘 유지되면서 산도가 뛰어난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가 생산됩니다. 
산디 샌포드 & 베네딕트 샤도네이

산디는 이곳에서 높은 평점을 받는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산디 샌포드 & 베네딕트 샤도네이는 40여년 된 올드바인 덕분에 입안에서 풍성한 과일과 세월이 만든 복합미가 느껴집니다. 샌포드 & 베데딕트 포도로만 빚는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부르고뉴 뫼르소 같은 느낌을 줍니다. 굴향의 캐릭터도 독특한데 살짝 산화된 향이 느껴지고 너트류와 오크향이 뒤에 은은하게 따로 옵니다. 1년에 3800병 정도만 생산됩니다. 로버트 파커가 매우 높은 93점(2012), 95점(2015)을 줬고 와인스펙테이터 88점(2013) 등을 받았습니다. 
산디 산타바바라 카운티 샤도네이
산디 산타바바라 카운티 샤도네이는 산타 리타 힐스, 산타 마리아, 산타 이네즈 샤도네이를 섞어 만드는 산디의 기본급 샤도네입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30년인데 품질이 가장 뛰어나면서도 가장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는 때가 바로 이 시기의 포도나무입니다. 신선한 과일향이 잘 살아있 산도가 돋보입니다.
산디 산타 바바라 카운티 피노누아

산디 산타 바바라 카운티 피노누아는 포도밭에 떠다니는 여러 자연 효모를 그대로 사용해 과일 풍미 뿐만 아니라 버섯, 흙내음 등이 도드라지며 부르고뉴 스타일과 거의 비슷합니다. 실키한 목넘김이 돋보이면서도 산도가 좋고 레드체리 등 붉은 과일과 철분의 미네랄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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