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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은 역대 대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비디오 심판’ 즉 비디오판독시스템(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등장한 것이다. 4명의 VAR 심판이 그라운드 곳곳에 설치된 37개의 카메라 영상을 지켜본다. 심판이 잘못된 판정을 내렸다고 판단되면 VAR 심판이 영상을 되돌려보고 재판정하기 위해서다. 주심이 스스로 판독을 요청하거나, VAR 심판의 권고가 오면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오심을 줄이겠다는 목적이지만, 대회가 진행될수록 공정성 시비가 커지고 있다.

한국도 희생양이 됐다. 지난 18일 스웨덴전 후반 25분 김민우가 페널티 아크에서 상대 공격수에게 태클을 했다. 주심이 문제 삼지 않아 경기가 진행됐지만 뒤늦게 VAR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내줘 패했다. 20일 포르투갈과 모로코 경기는 기어코 팬들의 분노를 샀다. 후반 34분 모로코의 코너킥이 페널티 아크에서 수비수의 손에 맞아 방향이 바뀔 정도였지만, 주심은 잡아내지 못했다. 모로코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VAR 확인도 안 했다. 제프 블라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기술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VAR는 일관성 부족 때문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VAR는 양날의 칼이다. 오심을 바로잡을 수 있지만 잦은 VAR 요청으로 경기흐름이 끊어져 박진감이 떨어진다. 전 레알마드리드 감독 지네딘 지단은 “VAR로 판정을 기다리는 데 3~4분이 걸린다.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힐난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인데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스포츠맨들도 많다. 유독 유럽 팀들이 VAR 혜택을 보는 사례가 많아 음모론까지 나온다.

불만이 쏟아지지만 기계를 사용해서라도 승패를 좌우하는 판정 시비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을 뒤집긴 어렵다. 월드컵은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 등 잦은 오심으로 ‘오심 월드컵’이란 비난을 사왔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10년 내 로봇이 대체할 직업군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스포츠 심판은 로봇 대체 확률이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이 심판을 대체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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