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희 서강대 교수·심리학 |
한편 행복의 심리학에서는 일과 놀이의 차원보다는 뚜렷한 목표와 가치에 대한 확신, 보람을 느끼고 자기성장과 타인의 안녕에 기여하는 정도로 하는 일에서 얻는 행복감을 정의한다. 의미·내적 성찰·목표·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기성장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적 행복론에 근거하는 이 분야 연구는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재미와 즐거움의 추구에서 얻는 행복감에 비해 정신 건강과 신체적 건강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면 쾌락주의적 행복의 원천인 돈은 의식주와 같은 기본욕구에서부터 자존심과 사회적 지위를 높여준다. 하지만 고독한 부자보다 가난해도 주변에 베푸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보고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높은 연봉을 받지만 ‘개미’라고 느끼는 직장인에 비해 더 행복하다고 한다. 타인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들이 더 힐링 받고 성장한 느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개인적인 의미도 있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성숙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사람은 나이·사회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흔한 대사증후군에도 덜 취약한 것으로 보고한다. 뇌에서 정서 관련 기능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도 다르다. 불쾌한 자극을 제시해도 부정적 정서를 덜 인식해 나쁜 감정에 덜 휘둘리는 듯 보인다. 고차원적 인지능력과 관련 있는 대뇌피질의 부피도 더 크다. 행복한 사람은 머리도 더 좋고, 현명하다는 의미다.
행복 심리학에서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개방성, 불안 초조함이 적은 정서적 안정성, 친사회성, 근면성과 같은 좋은 성격 특성과 행복과의 관련성도 강조한다. 인구의 15% 정도가 정신이 건강한 상태 즉, 우울, 불안 등 나쁜 증상이 없고 성격적 강점이 있는 상태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여름휴가 때 자기 성격 바로 알기, 혼탁하고 상한 마음 다스리기, 틀어진 자세 교정하기에 투자하면 주관적 안녕감은 높아진다. 재미도 있으면 행복감의 총량은 배가된다. 하지만 일을 접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충실한 휴가나 여행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또다시 신선한 자극, 색다른 힐링 방법, 그리고 여행지를 찾아 나서게 한다. 여름휴가, 떠난다면 왜 가는지부터 다시 고민해야겠다. 내가 거듭나는, 오래가는 행복을 찾는 게 가성비도 더 좋으니.
안명희 서강대 교수·심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