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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행복해지는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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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3 00:00:15 수정 : 2018-06-23 00: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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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것은 자아실현 필수 조건 /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 발견 기회 / 자아실현은 인간 기본 욕구이니 / 인간답게 살려면 잘 쉬고 놀아야 방학이다. 푹 쉬려면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여름휴가 잘 보내기가 신년계획에도 있었는데, 주머니 사정에 맞는 멋있는 곳에서의 여름휴가는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떠난 텅 빈 도심에서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재미도 좋다. 하지만 열대야에 지치고,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는 여름의 끝자락에서는 왠지 허전함이 들고, 두고두고 꺼내보는 추억 때문에도 여름휴가는 집 떠나 푹 쉬고 잘 먹고 잘 노는 것으로 각인된 것 같다. 늦게라도 떠나는 행렬에 동참할까? 2018년의 나머지 반년을 버티려면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안명희 서강대 교수·심리학
심리학자 매슬로는 잘 쉬고 노는 것도 자아실현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과 창의성을 펼칠 기회가 생긴다며, 자아실현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니 인간답게 살려면 잘 쉬고 놀아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휴가를 가기 어렵거나 아예 일과 휴식의 경계를 긋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많다. 현실이 그러니 휴식하려면 일을 놓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과도한 업무로 소진된 사람에 대한 연구자료를 보아도 일을 집까지 가져오는 것 자체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곱씹는 반추도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직장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떠나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업무에 대해 숙고하면 창의적인 발상도 나온다. 고액 연봉을 주는 ‘좋은’ 직장에서 실행에 옮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휴양지에 좋은 숙박시설까지는 좋지만 동료와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게 문제지.

한편 행복의 심리학에서는 일과 놀이의 차원보다는 뚜렷한 목표와 가치에 대한 확신, 보람을 느끼고 자기성장과 타인의 안녕에 기여하는 정도로 하는 일에서 얻는 행복감을 정의한다. 의미·내적 성찰·목표·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기성장을 강조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적 행복론에 근거하는 이 분야 연구는 휴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재미와 즐거움의 추구에서 얻는 행복감에 비해 정신 건강과 신체적 건강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그렇다.

예를 들면 쾌락주의적 행복의 원천인 돈은 의식주와 같은 기본욕구에서부터 자존심과 사회적 지위를 높여준다. 하지만 고독한 부자보다 가난해도 주변에 베푸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보고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높은 연봉을 받지만 ‘개미’라고 느끼는 직장인에 비해 더 행복하다고 한다. 타인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들이 더 힐링 받고 성장한 느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개인적인 의미도 있지만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성숙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사람은 나이·사회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흔한 대사증후군에도 덜 취약한 것으로 보고한다. 뇌에서 정서 관련 기능을 관장하는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도 다르다. 불쾌한 자극을 제시해도 부정적 정서를 덜 인식해 나쁜 감정에 덜 휘둘리는 듯 보인다. 고차원적 인지능력과 관련 있는 대뇌피질의 부피도 더 크다. 행복한 사람은 머리도 더 좋고, 현명하다는 의미다.

행복 심리학에서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개방성, 불안 초조함이 적은 정서적 안정성, 친사회성, 근면성과 같은 좋은 성격 특성과 행복과의 관련성도 강조한다. 인구의 15% 정도가 정신이 건강한 상태 즉, 우울, 불안 등 나쁜 증상이 없고 성격적 강점이 있는 상태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여름휴가 때 자기 성격 바로 알기, 혼탁하고 상한 마음 다스리기, 틀어진 자세 교정하기에 투자하면 주관적 안녕감은 높아진다. 재미도 있으면 행복감의 총량은 배가된다. 하지만 일을 접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며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충실한 휴가나 여행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또다시 신선한 자극, 색다른 힐링 방법, 그리고 여행지를 찾아 나서게 한다. 여름휴가, 떠난다면 왜 가는지부터 다시 고민해야겠다. 내가 거듭나는, 오래가는 행복을 찾는 게 가성비도 더 좋으니.

안명희 서강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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