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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북한에서도 방영된 축구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입력 : 2018-06-23 14:00:00 수정 : 2018-06-22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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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월드컵 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 팀의 선전도 기원할 겸, 축구영화를 좀 찾아보다가 영국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감독 거린더 차다, 2002)이 생각났다.

마침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6월 14일 러시아월드컵이 개막된 요즘과도 꽤 잘 어울리는 영화기도 하다. 왜냐하면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슈팅 라이크 베컴’은 축구 소재 영화이면서, 북한 TV에 처음 방영된 서구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북한과 영국의 외교수립 10주년을 기념해 12월 20일 북한중앙방송에서 방영되어, 제작의도와는 무관하게 축구와 북한이라는 두 키워드를 모두 관통하고 있다. 

국내에서 ‘슈팅 라이크 베컴’은 16년 전인 2002년 한일월드컵이 폐막 직후인 7월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고, 8월에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당시 축구에 대한 관심에 편승한 영화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Bend It Like Becham’로 직역하자면 ‘베컴처럼 휘어지게 차기’란 의미이다. 베컴처럼 휘어지는 프리킥도 차겠다는 것이니까 ‘베컴처럼 공차기’, ‘베컴처럼 축구 잘하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베컴은 영화 속 TV중계 화면으로만 잠시 나온다. 대신 베컴처럼 축구를 잘하고 싶은 고등학교 여자 축구선수들이 온갖 반대와 어려움, 오해를 극복하며 축구 인생을 만들어간다.  

제스는 엄마 아빠의 반대에 부딪혀 몰래 축구를 하고 있다. 줄스는 아빠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엄마는 여성스럽지 못한 딸이 못마땅하다. 제스와 줄스의 팀 코치 조는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한 후, 투잡으로 여자 축구팀 코치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혼란스럽다.

캐릭터들을 보면 마냥 성장 영화일까 싶지만, 이 영화는 성장 이상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제스는 영국에 사는 인도 교포2세다. 신부 수업 대신 허벅지를 내놓고 뛰어다니겠다는 딸이 못마땅한 엄마를 설득해야하고, 젊은 시절 인종차별로 크리켓을 포기한 아픔이 있는 아버지의 걱정도 불식시켜야한다.

말하자면 제스는 인종, 종교,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줄스와 제스는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성 정체성 관련 오해도 받게 되니까, 제스나 줄스 개인 차원의 노력으로만 해결되는 상황들은 아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소통과 이해의 과정이 유럽 중심적인 시선으로 옳고 그름을 판명하려는 식으로 다뤄지지 않아 공감도 더 잘 된다.

이 영화는 볼거리도 다양하다. 인도계 영국 여성 감독인 거린더 차다는 축구 경기 장면도 꽤 흥미로운 카메라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무엇보다 영화 내내 제스 언니의 결혼을 준비 과정을 보여주며, 영국에 사는 인도인들의 결혼식 과정을 엿보게 한다. 편견을 걷어낸 의상과 소품, 음식들을 시나는 인도풍의 배경 음악과 함께 구경할 수 있다.

거기에 아직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직전인 키이라 나이틀리,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등 배우들의 앳된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16년 전 한일월드컵 직후에 개봉되었던 축구영화라서 생각났던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은 따져보니 여러모로 요즘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북한에서도 방영된 축구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속 인종, 종교, 성차, 문화 다양 주인공들처럼 많이 다른 우리 모두의 해피엔딩도 기대해본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사진=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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