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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해양공장 가동중단 예고…5천600명 고용불안 시달려

입력 : 2018-06-22 15:04:06 수정 : 2018-06-22 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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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월 수주절벽' 후폭풍 거세…경기침체 심화·노사협상 험로
현대중공업 해양사업의 수주절벽 후폭풍이 '8월 일시 가동중단'이라는 비상조처로 현실화하면서 5천600여 명의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지역 경기가 침체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중공업은 고육지책으로 해양공장의 일시 가동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단기간 내 수주 물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중단과 휴업 등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중 해양공장 35년 만에 첫 가동중단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22일 담화문을 내고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해양 야드(공장) 가동중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는 8월 해양공장 가동 일시 중단을 공식화한 것이다. 해양공장 가동중단은 1983년 4월 이 공장 준공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가동중단에 들어가는 것은 수주절벽이 이어지면서 일감이 아예 바닥났기 때문이다.

현대중 해양사업 수주는 2011년 4건, 2012년 6건, 2013년 9건, 2014년 7건으로 유지됐으나 이후 수주는 '0'건으로 기록됐다.

마지막 수주인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로 이후 43개월째 수주가 끊겼다.

이 나스르 설비가 오는 7월 말 완공되면 8월부턴 현장에서 일감이 사라지는 셈이다.

가동중단은 이미 예견됐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활을 걸고 참여한 글로벌 석유회사 BP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수주 경쟁은 지난 4월 실패했다.

처음에는 현대중이 다소 유리했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업체에 밀려 쓴잔을 마셨다.

이 사업은 해양플랜트 사업 규모만 약 20억달러(2조2천610억원)였다.

앞서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멕시코만 비토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와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 원유생산설비 역시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싱가포르 업체에 밀려 수주하지 못했다.

현대중은 물량 확보를 위해 현재 베트남 국영 페트롤베트남의 자회사와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의 각각 15억달러와 20억달러 규모 원유생산시설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회사는 "지금의 임금과 시설유지보수비용 등으로는 수주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 지역경제 침체 우려…하청 노동자 "갈 곳 없어 막막"

해양공장 가동중단이 예고되면서 지역 경제계는 벌써 경기침체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해양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2천600여 명과 사내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 3천여 명 등 5천600여 명이 동시에 일손을 놓기 때문이다.

특히, 협력업체 노동자 수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매출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3년(4조7천530억원)과 2014년(4조6천530억원) 2만 명이 넘었지만,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45.6%) 지난해(2조5천870억원)에는 4천여 명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3천여 명으로 감소했다.

인력 감소로 현대중이 있는 울산 동구 일대는 원룸 전·월세가 크게 떨어지고 빈 가게도 속출하며 경제상황도 악화 일로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3년 전에는 전세 5천500만원, 월세 50만원이던 원룸이 지금은 전세 4천이고 월세는 30만원도 안 된다"며 "음식점도 문을 닫았고 가게를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해양공장이 문을 닫으면 안 그래도 사람 없는 거리가 더 적막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자들의 한숨도 깊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협력업체 노동자는 "이전에는 일감이 없으면 건설 플랜트 쪽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마저 일감이 많지 않다"며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 올해 임단협에도 영향…험로 예상

현대중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해양공장 가동중단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 대표이사는 담화문에서 "지금의 고정비로는 수주가 쉽지 않다"라며 "위기극복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뿐이고 노조의 무책임한 투쟁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국내 경쟁업체는 우리보다 임금이 높아도 수주를 잘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발생시킨 손실, 과도한 하청 양산에 따른 품질 저하, 반복되는 구조조정 등이 수주를 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양공장 인력을 최근 수주가 늘어난 조선 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 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지만, 사측은 조선 역시 여전히 순환 휴직을 진행하는 등 일감이 넉넉지는 않아 노조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노사대립 분위기 속에서 해양공장의 일시 가동중단과 향후 대응책이 올해 임단협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20일에는 노조가 임단협에서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두고 사측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어, 임단협과 해양공장 일시 가동중단 사태가 협상 테이블에 한꺼번에 오를 경우 올해 노사협상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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