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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검찰 모두 불만인 수사권 조정 합의안의 맹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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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2 12:10:40 수정 : 2018-06-22 15: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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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언뜻 보기엔 경찰이 그동안 주창해온 ‘수사권 독립’을 위한 일보 진전을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간 수사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왔던 경찰이 이제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더불어 1차적 수사권을 확보함으로써 일부분이나마 검찰의 지휘없이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해졌고, 1차적 수사종결권을 통해 자체 판단으로 사건 수사를 끝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선 수사 경찰들 사이에서는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맹점이 존재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서 경찰이 얻어낸 핵심 사안은 수사 종결권이다. 검찰의 지휘 없이 경찰이 사건 수사를 끝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는 ‘사법경찰관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불송치하는 경우 불송치 결정문, 사건기록 등본과 함께 이를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검사가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찰에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한 이유를 명기한 의견서를 첨부하여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경찰의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지만, 이 조항 때문에 지금의 수사 실무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지금도 경찰은 수사 전반의 기록을 검찰로 넘기고 있다.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어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하더라도 검찰에 불송치 결정문, 사건기록 등본을 검찰에 넘겨 위법·부당 여부를 검찰에게 심사받게 되면 지금의 수사 현실과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종결권은 큰 의미가 없다. 검찰이 넘겨받은 자료를 보고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다시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종결권은 경찰이 수사기록 원본을 보관한다는 것밖에 의미가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검경이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통해 예전의 지휘-복종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상호 대등한 협력적, 수평적 관계로 정말 거듭나려면 이러한 애매한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감찰의 직접 수사 대상 사건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도 있다. 합의안의 내용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검사 및 직원 비리사건, 부패범죄(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증재, 정치자금, 국고손실, 수뢰 관련 부정처사, 직권남용, 범죄수익 은닉 등), 경제범죄(사기, 횡령, 배임, 조세 등 기업·경제비리), 금융·증권범죄(사기적 부정거래, 시세조정, 미공개정보이용, 인수합병비리, 파산·회생비리 등), 선거범죄(공직선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 각종 조합선거 등), 방산비리(군사기밀보호법), 사법방해(위증, 증거인멸, 무고 등) 등에 대해선 검찰이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 뇌물 등의 부패범죄나 선거범죄 등은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지만, 사기나 횡령, 배임 등의 경제범죄나 위증, 무고 등의 사법 방해 관련 범죄를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은 이번 조정안의 대원칙인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직접 수사 범위의 대상이 너무 넓은데다 범죄 유형으로 그 범위를 정한 탓에 어느 사건이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인지, 어느 사건이 경찰에 넘겨야 하는 사건인지 등 검경의 수사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먼저 마약이나 조직폭력 사건 등을 검찰이 인지하더라도 이제는 직접 수사할 수 없고, 경찰에 넘겨야 한다. 조정 합의문에서 마약이나 조직폭력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항목에서 빠진 탓이다. 법조계에서는 마약이나 조직폭력 등 강력부 관련 범죄가 직접 대상 항목에서 빠진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일선 검사는 “조폭이나 마약은 검찰 강력부가 수사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경찰과의 공조도 잘 이뤄지는 부분이다. 검찰에서 그동안 길러온 수사 노하우를 이제 쓸 수 없다는 얘기 아닌가”라며 아쉬워했다. 조직폭력이나 마약을 주로 담당해왔던 강력부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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