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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파리 꼬인 음식물 쓰레기…종량제는 5년째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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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2 09:00:00 수정 : 2018-06-22 1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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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5년ⓐ] 현재의 모습
“골목마다 음식물 쓰레기에 파리가 꼬여 불쾌해요.”

21일 오전, 서울 동작구의 한 주택가. 인근 원룸에 거주하는 박모(31)씨가 골목을 지나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같이 말했다. 길거리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봉투 때문이다. 완전히 밀폐되지 않은 쓰레기봉투 주변으로 음식 냄새를 맡은 파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종량제 봉투 용량 이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채워 넣어 터질 듯하거나 이미 터진 봉지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낮 27도의 더위 속에서 보행자들은 파리를 피해 손을 저었다.

종량제 봉투 대신 구청에서 보급한 쓰레기통에 납부필증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을 이용하는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원룸가에는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이 대부분 열려 주변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주택에 사는 문모(47·여)씨는 “어떤 날은 음식물 쓰레기가 많고 어떤 날은 쓰레기가 작아 용량을 맞추기 힘들다”며 “통이 생각보다 작아 많은 날은 뚜껑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음식물종량제 5년…“2015년까지 봉투 없애기로 했지만”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는 2013년 전국적으로 전면 도입됐다. 종량제는 △전용봉투 방식 △납부필증 방식 △RFID(무선인식 종량기) 방식 등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음식물 종량제는 지자체 단위로 시행해 배출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당시 환경부는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 및 수수료 등 종량제 시행지침’을 통해 음식물 폐기 계획을 발표했다. 지침의 기본원칙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별로 불가피한 사정을 제외하고 종량제 봉투 방식을 2015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RFID 또는 칩 등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함”이라고 명시됐다. 도입 2년 뒤까지 친환경적이지 못한 비닐봉지 방식을 기계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반면 시행 5년이 지난 2018년까지 종량제 봉투 방식은 적지 않은 주택에서 사용하고 있다. 봉투방식이 일반 쓰레기 종량제와 비슷해 도입과 활용이 간편하고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위주로 찾아 회수하면 돼 운영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시내 공동주택의 27%, 단독주택의 89%에서 여전히 봉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는 재질이 비닐이기 때문에 2차적인 환경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일반 봉지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무단투기 문제도 빈번하다.

◆납부필증 방식도 엇비슷 “고양이가 터뜨려 악취”

종량제 봉투방식보다 발전한 것이 납부필증 방식이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쓰레기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 대신 검은 비닐봉지에 납부필증 스티커를 붙여 내놓은 가구도 적지 않았다. 송파구민 강모(50)씨는 “대학생들이 인근에 많이 사는데 쓰레기 모여 있는 곳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여름이면 쓰레기 부패가 심하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웃 이모(64)씨도 “고양이가 건드려서 터지는 경우도 많다”며 “매일 가져가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니 악취가 심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내 송파·노원·도봉구는 가구별로 보급한 쓰레기통에 납부필증 스티커를 붙여 음식물을 배출하고 있다. 본래 취지는 쓰레기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 배출하는 것이지만 상당수 가정에서 쓰레기통 안에 비닐봉지를 넣어 배출하고 있다. 쓰레기통을 매번 새척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노원구에 사는 임모(60)씨는 “비닐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지 않으면 여름에 빗물이 들어가 악취가 심하다”고 말했다.

◆위생적인 RFID 방식…정부는 확대하려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서 시행 중인 음식물 종량제는 주로 RFID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내 공동주택 세대 47%가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단지 내에 설치된 종량 기계에 음식물을 넣고 그 무게에 따라 배출 수수료를 매기는 방식이다. 무게로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계량이 정확하고 배출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물기를 빼는 등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기계에 인증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무단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RFID 기계 보급을 늘리자 음식물 쓰레기가 줄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시의 음식물쓰레기 일일 발생량은 2012년 3312t에서 종량제를 도입한 2013년 3070t으로 줄었다. 이후 2014년 3181t, 2015년 3166t으로 늘어나다 2016년 3075t으로 줄었다. 시는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감소한 이유로 RFID의 보급, 종량제봉투 수수료 인상 등을 꼽았다.

각 지자체들은 종량기 보조금을 지급하며 RFID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계비용이 수백만원 대로 비싸고 주택가 내 기계를 설치할 장소를 물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RFID 기계 도입을 전면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각 구청이 다루는 사안이라 권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음식물 종량제가 바뀌어가는 과도기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종량제와 음식물 원천 감량 시도 해야”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종량제뿐 아니라 발생원 차원에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더라도 무작정 폐기가 아니라 발생원 과정에서 사료화하는 감량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민 스스로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해 도시 농화, 옥상 녹화 사업 등에 활용하는 식이다.

현재 일부 아파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체 분쇄기를 통해 퇴비화하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대전 행복주택에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 소장은 “현재 환경부의 정책은 종량제를 통한 배출 감소에 초점이 맞춰 있다”며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발생원 차원에서 재활용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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